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미·북 2차 정상회담이 결렬된 직후 숙소인 멜리아호텔로 돌아와 오후 내내 두문불출했다. 김정은이 3월 1일부터 이어갈 예정이던 응우옌푸쫑 베트남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등 베트남 공식 우호방문 일정을 수행할지도 불투명해졌다.

김정은은 이날 회담이 결렬된 뒤 오후 1시25분께 회담장인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호텔에서 숙소인 멜리아호텔로 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보다 먼저 회담장을 떴다. 숙소에 도착한 김정은은 별다른 행동 없이 곧바로 안으로 들어갔다. 김여정 북한 국무위원회 제1부부장을 포함한 참모진도 함께 이동했다. 몇몇 참모진의 표정은 잔뜩 굳어 있었다.

김정은은 앞서 이날 오전 트럼프 대통령과의 단독 회담에서 다소 긴장된 표정이었지만 비핵화 의지를 거듭 밝혔다. 김정은은 “나의 직감으로 좋은 결과가 생길 것”이라며 희망 섞인 메시지를 내놨다. ‘비핵화 준비가 됐느냐’는 로이터 소속 기자의 돌발 질문에 “그런 의지가 없다면 여기 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비핵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어진 확대 정상회담에서 김정은과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에 따른 제재 완화 조치를 놓고 의견차를 끝내 좁히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미·북 정상 간 담판에서 상당한 진통이 있었을 것”이라며 “두 정상 간 비핵화에 대한 인식차가 여전히 크다”고 분석했다.

지난 26일 하노이 현지에 도착한 김정은은 별다른 외부 행보 없이 회담 준비에만 전념했다. 26일 숙소 인근의 북한 대사관을 50여 분간 방문한 게 전부다. 지난해 싱가포르 정상회담 때 야간에 수행원들과 함께 시내를 둘러본 것과는 전혀 다른 움직임이었다. 그만큼 트럼프 대통령과의 ‘핵 담판’ 준비에만 총력을 기울였다.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김정은이 남은 일정을 수행할지 미지수다. 북한은 26일 김정은이 미·북 정상회담 일정이 끝나는 대로 3월 2일까지 하노이에 머물며 베트남 공식 우호 방문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었다. 김정은은 응우옌푸쫑 주석과 공식 회담을 열 것으로 예상됐다.

또 조부인 김일성 주석과 각별한 사이였던 호찌민 묘와 생전 거처를 방문하고, 현지 산업단지도 둘러볼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사태가 벌어진 만큼 이 같은 현지 행보는 전부 취소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이 예정보다 일찍 하노이를 떠나 북한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하노이=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