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힘쏠림' 속 다른 잠룡들 견제 본격화 전망
황교안, 총선 승리시 '탄탄대로'…패배시 '제동'
'친박 뜨고 비박 지고' 당내 역학구도 변화 예고


자유한국당의 새 지도부 선출이 27일 마무리되면서 오는 2022년 대선을 향한 한국당, 나아가 보수진영의 '대권 시계'도 빨라질 전망이다.

보수진영 잠룡으로 꾸준히 거론돼온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제1야당 한국당의 사령탑에 올랐기 때문이다.

당권을 거머쥔 황 대표는 일견, 차기 대권행 '티켓' 확보에도 유리한 고지를 선 듯하다.

임기 2년의 황 대표가 내년 4월 총선을 진두지휘하는 것은 물론, 총선 공천까지 좌우한다.

이번 전당대회 기간 당내 친박(친박근혜)·비박(비박근혜) 등 계파를 불문하고 '대세론'에 올라탄 황 대표에게 줄을 선 양상이어서 당분간 황 대표로의 '힘 쏠림'은 이어질 전망이다.
'황교안 체제' 개막은 대권경쟁의 서막…내년 총선 분수령
하지만 황 대표의 대권 가도를 '탄탄대로'라고 속단할 수는 없다.

이번 전대를 계기로 한국당 대권경쟁 구도의 밑그림이 그려졌고, 이는 황 대표를 향한 견제를 시사한다.

즉 한국당 내 '잠룡들의 전쟁'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도 할 수 있다.

당장 당대표 경선에서는 고배를 마셨지만, 오랜 정치적 공백을 깨고 국민적 인지도를 입증하며 건재를 과시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대권을 겨냥해 비박계 결집에 나설 수 있다.

또한 "2022년 봄이 제 인생 마지막 승부수"라며 대권 재도전을 시사한 홍준표 전 대표 역시 황 대표를 정조준해 활로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황교안 저격수'로 나설 가능성도 있다.

비상대책위원회를 이끌며 10%대에 불과했던 당 지지율을 30% 가까이 끌어올린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도 몸풀기를 시작했다.

지난 25일 지지모임인 '징검다리 포럼'을 발족한 것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더해 보수 대통합이 현실화해 현재 잠행 중인 유승민 바른미래당 전 공동대표와 원희룡 제주지사, 남경필 전 경기지사까지 경쟁에 합류한다면 보수진영 내 대권 구도는 더욱 복잡해질 전망이다.

따라서 내년 총선은 황 대표의 대권 도전 성패를 가늠하는 1차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전망이다.

다른 대권 주자들 입장에서도 내년 총선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구름판이 될 수 있다.

만약 황 대표가 별다른 공천 잡음 없이 내년 총선을 승리로 이끈다면 명실상부한 보수 대표 주자로 자리매김하며 순탄한 대권행보를 꿈꿀 수 있다.

하지만 당내 통합에 실패하고 총선에서도 패배하면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져 그의 대권을 향한 보폭은 좁아질 수밖에 없다.

역으로 다른 주자들에게는 기회가 되는 셈이다.
'황교안 체제' 개막은 대권경쟁의 서막…내년 총선 분수령
이런 상황에서 여의도 정계가 기존 문법에 물들지 않은 '정치신인 황교안'에 거는 기대는 여전히 크다.

황 대표가 전대에서 확인된 공고한 당내 지지를 기반으로 지지부진했던 보수 대통합의 구심점이 될 것이라는 낙관이 그것이다.

반면, 그가 '박근혜 탄핵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민심과 동떨어진 행보를 하고, 당 우경화를 방치할 경우 'TK(대구·경북) 자민련'이라는 비판 속에 대권 경쟁력 약화를 자초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편, 이번 전대를 계기로 탄핵 후 몸을 사렸던 친박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면서 당내 계파구도도 크게 출렁일 전망이다.

비박계는 원내대표 경선에 이어 당대표 경선에서마저 친박계에 '완패'해 입지가 더욱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비박계가 언제든 오세훈·남경필·원희룡이라는 새로운 구심점을 끌어들여 결집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황 대표가 당장의 당직 인선 등에 신중하게 수를 놓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전당대회 기간 중 황 대표 캠프에서 '친박계 비서실장·비박계 사무총장' 설이 계속 흘러나온 것도 당내 여론을 떠보는 전략의 하나로 풀이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