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바이오와 의료분야의 과잉규제를 시정해달라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규제혁신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여전히 ‘사각지대’가 많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15일 현재 국민청원 게시판엔 상장기업인 파미셀의 간경변 치료제 ‘셀그램-엘씨’의 조건부 품목허가 반려 조치에 이의를 제기하는 청원만 7건이 올라와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 개 사안에 7건의 청원이 제기된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이라며 “더구나 사회, 정치 등 대중적 이슈가 아니라 의료분야에 이 같은 관심이 쏠려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까지 조건부 품목허가를 내달라는 청원에 찬성하는 의견만 2700여 건에 달했다. 반려 결정을 내린 중앙약사심의위원회를 성토하는 댓글도 수백 건 달렸다. 중앙약심위는 셀그램-엘씨를 심의하면서 2017년 말에는 간경변 중증도가 일정 등급 이상이면 중증 비가역 질환 요건을 충족한다고 했다가 최근 심사에선 기준을 높였다.

청원자들은 특히 ‘중증 비가역적 질환’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중앙약심위의 반려 결정사유에 비난을 집중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16년 환자의 치료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생물학적 제제 등의 품목허가·심사 규정’을 개정했다.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 또는 중증의 비가역 질환에 사용하는 세포 치료제에 대해 조건부 허가 대상을 확대하기로 한 것이 골자다. 하지만 중앙약심위가 신청 의약품의 임상 결과가 아니라 중증 비가역 질환의 해당 여부를 판단 기준으로 삼는 것이 논란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청원자는 “한 해 10만 명 이상이 간경변으로 치료받고, 하루평균 20여 명이 간경변으로 사망하고 있다”며 “알코올성 간경변 치료제는 중증 비가역 질환 요건을 충족한다”고 주장했다.

2017년 한 바이오 기업이 조건부 허가를 신청한 아토피 피부염 줄기세포 치료제 ‘퓨어스템’도 같은 이유로 반려됐다. 식약처는 아토피 피부염이 중증 비가역 질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 다른 청원자는 “임상 2상 결과만으로는 알 수 없는 자료를 요구하는 등 조건부 허가를 위한 새로운 임상 2상이 생겨난 것 같다”며 “환자의 치료 기회 확대를 위해 규제가 완화됐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중앙약심위 위원들의 전문성과 의사 결정 과정의 투명성이 문제점으로 꼽히기도 한다. 한 청원자는 “전문성도 투명성도 결여된 식약처 중앙약심위 회의록을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성토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