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는 임상시험 등 정식 허가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신뢰할 만한 연구 데이터가 있으면 유전자 조작 등 변형을 거친 줄기세포를 병원에서 의사 책임 아래 시술할 수 있다. 이는 ‘치료제’로 분류되지 않는다. 대량생산하는 줄기세포 치료제도 의약품이 아니라 ‘첨단 재생의료 등의 제품’으로 규정해 별도 관리한다. 최근 일본 정부는 세계 줄기세포 치료제 시장 진출 속도를 높이기 위해 재생의료법을 개정,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 기간을 단축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런 유연한 제도에는 일본 정부의 강력한 산업 육성 의지가 담겨 있다. 일본 정부는 야마나카 신야 일본 교토대 교수가 2012년 유도만능줄기세포를 개발한 공로로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뒤 10년간 1조원 넘는 관련 연구비를 투자하기로 했다.

日, 허가받기 전에도 시술 허용…中, 병원 지정해 자유롭게 치료
중국도 비슷하다. 전국 약 100개 지정 병원에서 ‘임상 연구’ 명목으로 의사 책임하에 임상을 마치지 않은 줄기세포를 사용할 수 있다. 상업화된 치료제를 사용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환자에게 관련 비용을 받아선 안 되지만 실제로는 받고 있고 당국도 이를 문제삼지 않는다. 지정 병원 수가 점차 늘고 있으며 고급화, 해외 환자 유치도 활발하다. 일본과 중국에서도 치료제 형태로 개발해 대규모로 유통하는 데는 엄격한 임상을 거치도록 해 최소한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다른 치료방법이 없는 위중한 환자일 경우 임상을 거쳐 허가받지 않은 줄기세포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환자의 치료받을 권리’를 매우 강조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 외엔 정식 임상을 거쳐야 하지만 환자단체 등 민간부문 지원이 매우 활발해 세계 최고 수준의 임상 건수를 기록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줄기세포 연구를 폭넓게 허용하는 국가가 부작용이나 생명윤리 문제 등을 간과해서 그런 건 아니다”며 “우려되는 부분을 보완할 수 있도록 대책을 세우면서 연구를 진행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도 이를 위해 첨단재생의료법이 발의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며 “법안 통과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