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 2차 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이 나올 가능성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이달 말 베트남에서 남·북·미·중의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일 것이란 예상이 빗나가고 있어서다. 당초 이달 말 베트남 다낭에서 열릴 것으로 예상됐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이 불발됐다.

베트남에서 남·북·미·중 4개국이 참여하는 종전선언이 이뤄질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나온 건 주로 외신들을 통해서였다. 미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5일 국정연설 전 방송사 앵커들과의 오찬에서 이달 말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중 정상이 27~28일 베트남 다낭에서 만날 것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소식은 공교롭게도 미·북 2차 정상회담이 2월 말 베트남에서 열린 예정이란 백악관발 발표와 겹쳐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베트남이란 국제무대에서 무역과 안보 현안을 동시에 처리할 것이란 예상이 나왔다. 사정이 이렇자 국내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설이 끊이지 않고 제기됐다. 4개국 종전선언 가능성이 제기된 배경이다.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관련해 종전선언은 작년 초부터 꾸준히 거론돼왔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첫 번째 정상회담에서 ‘연내 종전선언’을 판문점선언에 담았다. 평화협정과 구별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정치적 종전선언’이란 말까지 등장했다.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촉매제이자 한반도 비핵화의 ‘입구’로서 종전선언이 언급됐다. 하지만 미·북 핵협상이 냉·온탕을 오가면서 연내 실현 약속은 결국 무산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과의 ‘이달 중 회담’을 연기함으로써 4개국 종전선언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8일 문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을 묻는 말에 “북·미 사이에 협상이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달렸으나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미·북이 2차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로 종전선언을 협상 테이블에 올려놨을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로버트 팔라디노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미·북 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을 논의할지에 대해 “회담 의제와 관련, 앞질러서 말하지 않겠다”면서도 “우리는 그것을 준비하는 데 매우 주력하고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종전선언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달렸다고 보고 있다. 미국이 북한과의 2차 정상회담에서 앞으로 6·25전쟁 관련국 간 종전선언을 추진한다고 제안하더라도 북측에서 어느 정도의 비핵화 조치를 내놓느냐에 따라 언제든 철회될 수 있다는 얘기다. 미·북 간 종전선언은 양국 간 관계 정상화를 위한 첫 조치일 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