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홀름 시골서 남·북·미 3박4일 끝장 담판…'디테일의 악마' 짠다
남북한과 미국이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 외곽에서 2차 미·북 정상회담을 위한 3박4일간의 실무협상을 시작했다. 미국 워싱턴DC에서 ‘큰 틀’을 잡았다면, 스톡홀름 협상은 의제 조율을 위한 ‘디테일 싸움’이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남북과 미국의 실무협상 대표들은 19일(현지시간) 오후부터 스톡홀름 북서쪽 50㎞ 지점에 있는 휴양시설인 ‘하크홀름순트 콘퍼런스’에서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가장 먼저 도착했고,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지난 18일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에 대한 공항 영접(17일)과 오찬 및 실무회담(18일)까지 마치고 가장 늦게 스톡홀름으로 이동했다.

이번 실무협상은 숙식을 같은 공간에서 해결하며, 3박4일간 열릴 예정이다. 교황청 콘클라베를 연상시키는 협상 방식이다. 콘클라베란 로마 가톨릭의 독특한 교황 선출 방식이다. 추기경들이 문을 걸어 잠그고 최종 후보가 나올 때까지 계속 토론한다.

지난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시작된 이래 이 같은 미·북 고위급과 실무급 회담이 연속적으로 이뤄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청와대가 “매우 이례적”이라며 기대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지금껏 비핵화 협상은 정상회담 같은 ‘톱 다운’ 방식으로만 열렸다.

비건 대표와 최 부상은 이번이 첫 만남이다. 미국은 지난해 9월부터 국제원자력기구(IAEA) 본부가 있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비건-최선희 실무협상’을 제안했지만 북측이 응하지 않아 지금껏 한 차례도 열리지 못했다.

3자 실무협상이 본격화된 만큼 예상 가능한 모든 의제가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북한이 ‘9·19 평양선언’에서 제안한 풍계리 핵실험장 및 영변 핵시설에 대한 국제 사찰이 집중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북·미 회담에서 국제사회가 환영할 결실을 낼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미국의 최대 관심사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도 거론될 수 있다. 북한의 비핵화 로드맵이 협상 테이블에 오를지도 관심사다.

미국의 상응 조치로는 평양 연락사무소 개설을 비롯해 종전선언, 개성공단 및 금강산관광 재개 등이 거론된다.

한편 이날 일본 외무성은 가나스기 겐지 일본 북핵협상 수석대표(외무성 국장)가 스웨덴을 방문해 비건 대표와 회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본인 납치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을 요청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