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 고위급 회담 참석을 위해 17일(현지시간) 미국을 방문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등의 안내를 받으며 워싱턴DC 덜레스공항 주차장으로 걸어 나오고 있다.  /YTN 캡처
미·북 고위급 회담 참석을 위해 17일(현지시간) 미국을 방문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등의 안내를 받으며 워싱턴DC 덜레스공항 주차장으로 걸어 나오고 있다. /YTN 캡처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1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 도착해 2박3일의 미국 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김영철의 워싱턴DC 도착 당일 “미국을 향해 발사되는 어떤 미사일도 반드시 탐지해 파괴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영철과 만난 뒤 제2차 미·북 정상회담 일정과 장소를 발표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비건 對北 대표가 공항에서 영접

김영철은 18일 오전 11시(현지시간, 한국시간 19일 오전 1시)부터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워싱턴DC에서 고위급 회담을 했다고 미 국무부가 공식 발표했다. 두 사람은 이날 회담에서 2차 미·북 정상회담 관련 세부 사항을 조율했다.

앞서 김영철은 베이징에서 출발한 미국 유나이티드항공 808편을 타고 이날 오후 6시34분 워싱턴DC 덜레스공항에 내렸다. 김영철 일행은 오후 7시32분께 VIP 주차장에 대기하고 있던 검은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세 대에 나눠 타고 공항을 빠져나갔다. 김성혜 통일전선부 실장과 최강일 외무성 북미국장 대행 등이 동행했다.

김영철 일행은 밤 9시를 전후해 백악관에서 1.5㎞ 정도 떨어진 9층짜리 4성급 소형 호텔인 듀폰서클호텔에 여장을 푼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취재진을 피해 건물 구석 화물용 쪽문으로 들어갔다. 또 경호를 의식한 듯 호텔 8층 전체를 통째로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측에선 실무협상을 총괄하는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공항에 나와 김영철을 맞이하며 의전에 각별히 신경 쓰는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 北 보란 듯 “미사일 파괴” 발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미사일 방어 전략 발표 행사에 참석해 “외부의 적과 경쟁자, 불량국가들은 꾸준히 그들의 미사일 무기를 향상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미국을 안전하게 지키는 최선의 방법은 미국을 강하게 하는 것이며 우린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로 비춰볼 때 미·북 고위급 회담에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 등이 핵심 의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은 “북한이 비핵화 관련 실질 조치 실천 제안에 응한다면 미국은 북한의 핵 보유를 사실상 묵인하는 전격 ‘빅딜’에 나설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미·북이 지난해 6월 싱가포르 1차 정상회담에서 논의했던 ‘4개의 기둥(새로운 미·북 관계 수립,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전쟁포로 유해 송환)’과 관련한 실질 조치들이 포괄적으로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협상 잘 되면 대북제재 완화 가능성도

미국의 상응 조치로는 경제적 ‘당근’도 거론된다. 조성렬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미국은 북한에 원유와 정유제품 수입 규모를 대폭 늘리겠다고 약속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에 대해선 ‘남북한이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미국이 물러날 것 같다”며 “평양 연락사무소 개설과 문화 스포츠 분야 교류, 인도적 지원 확대 등도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현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선 북한의 연간 정유제품 수입 규모를 50만 배럴, 원유는 연간 200만 배럴로 제한하고 있다.

회담이 매끄럽게 끝난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김영철을 만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받은 뒤 정상회담 관련 발표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이미아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