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 고위급 회담…2차 정상회담 의제·일정 최종 조율

美 특급 의전 받은 김영철
비건 對北대표가 공항서 영접
듀폰서클호텔 8층 통째로 사용

비핵화·상응조치 막바지 조율
"北, ICBM 폐기 약속하고
美, 원유 수입 규제 완화설"
개성공단 재개 논의 여부 주목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1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 도착해 2박3일의 미국 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김영철의 워싱턴DC 도착 당일 “미국을 향해 발사되는 어떤 미사일도 반드시 탐지해 파괴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영철과 만난 후 제2차 미·북 정상회담 일정과 장소를 발표할지가 최대 관심사다. 협상 과정에서 미국이 북한에 원유 및 정유제품 수입 규모를 늘리는 ‘당근’을 꺼내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미·북 고위급 회담 참석을 위해 17일(현지시간) 미국을 방문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등의 안내를 받으며 워싱턴DC 덜레스공항 주차장으로 걸어 나오고 있다.  /YTN 캡처

미·북 고위급 회담 참석을 위해 17일(현지시간) 미국을 방문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등의 안내를 받으며 워싱턴DC 덜레스공항 주차장으로 걸어 나오고 있다. /YTN 캡처

北 김영철, 특급 의전 받으며 도착

김영철은 베이징에서 출발한 미국 유나이티드항공 808편을 타고 이날 오후 6시34분 워싱턴DC 덜레스공항에 내렸다. 진눈깨비가 날리는 덜레스공항의 입국장엔 한국 언론과 외신을 포함해 50여 명의 취재진이 몰렸다. 김영철 일행은 오후 7시32분께 VIP 주차장에 대기하고 있던 검은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세 대에 나눠 타고 공항을 빠져나갔다. 차량에는 김영철 외에 김성혜 통일전선부 실장과 최강일 외무성 북미국장 대행, 박성일 주유엔 북한대표부 차석대사 등이 함께 탔다.

김영철 일행은 밤 9시를 전후해 백악관에서 1.5㎞ 정도 떨어진 9층짜리 4성급 소형호텔인 듀폰서클호텔에 여장을 푼 것으로 파악됐다. 정문에 대기하고 있던 취재진을 피해 건물 구석 화물용 쪽문으로 들어갔다. 또 경호를 의식한 듯 호텔 8층 전체를 통째로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측에선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덜레스공항에 나와 김영철을 맞이하며 의전에 각별히 신경 쓰는 모습을 보였다. 경호는 워싱턴DC 경찰 대신 국무부 외교경호실(DSS)이 맡았다.

트럼프, 北 보란 듯 “미사일 파괴” 발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미사일 방어 전략 발표 행사에 참석해 “외부의 적들과 경쟁자들, 불량국가들은 꾸준히 그들의 미사일 무기를 향상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미국을 안전하게 지키는 최선의 방법은 미국을 강하게 하는 것이며 우린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북한을 직접 거론하진 않았다. 다만 전날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북한의 구체적 비핵화 조치를 촉구한 점을 고려할 때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도 사실상 대북 압박성 메시지라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미·북 간 정상회담의 사전 조율이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내다봤다. 김영철이 다른 도시를 거치지 않고 워싱턴DC에 곧바로 온 것이 그 방증이라는 것이다. 조성렬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이 비핵화 관련 실질 조치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 등을 약속하고, 미국은 북한에 원유와 정유제품 수입 규모를 대폭 늘리겠다는 ‘당근’을 제공했다는 설이 유력하다”고 말했다. 또 “북한이 가장 원하는 건 대북제재 완화와 경제 발전이고 이를 위해선 생명줄 격인 석유의 공급 증대가 절실하다”며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에 대해선 ‘남북한이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미국이 물러날 것 같다”고 전망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김영철 간 미·북 고위급 회담이 매끄럽게 끝난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김영철을 만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받은 후 정상회담 관련 발표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가 현재까지 침묵을 지키는 이유도 ‘깜짝 발표’를 위해 신중을 기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이미아 기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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