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장관 "개성공단·금강산 재개하려면 北에 현금 가지 않는 방법 찾아야"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해서는 벌크캐시(Bulk Cash·대량현금)가 북한에 유입되지 않을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는 정부 고위당국자의 언급이 나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에 강한 의욕을 드러내고,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적극적인 의지 표명으로 호응한 가운데 대북 지급 수단을 현금에서 현물로 대체함으로써 국제 사회의 대북 제재를 우회하는 방안이 추진될지 관심을 모은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사진)은 11일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한반도비핵화대책특별위원회 초청 강연에서 개성공단 재가동과 관련, “비핵화 조치의 진전과 연동될 것이며, 현금이 유입되지 않는 방식으로 개성공단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있는지 연구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참석한 김한정 의원이 전했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지난 1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개인 생각임을 전제로 “개성공단 재개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를 면제받기 위해 벌크캐시가 (북한에) 가지 않는 방식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의 발언은 결국 개성공단 재개를 위해서는 안보리 결의의 벌크캐시 금지 조항을 우회할 수 있어야 하며, 그것을 위해서는 임금 지급 수단을 현물로 대체하는 방안이 남북 간 논의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지난해 무산된 제10차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의(SMA)를 매듭짓기 위해서는 고위급 채널의 담판이 필요하다는 정부 고위당국자의 주장도 나왔다. 실무진의 협의로는 한계에 도달한 만큼 양국 정상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지난 10일 기자들에게 “실무 협상단이 만나 논의할 단계를 넘어간 것 같다”며 “고위급 소통을 통해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떤 레벨에서 안 되면 그 위로 올라가는 게 협상의 기본 룰(규칙)”이라며 “어느 시점에 어떤 채널을 통해 해야 할지는 내부에서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미 정상 간 직접 소통 여부에 대해서도 “모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만나 결단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 발언이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