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4차 회담에 대해 일단 ‘침묵 모드’를 이어갔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김정은의 베이징 방문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그의 트위터에 ‘체어맨 김(Chairman Kim, 김정은 위원장)’은 올라오지 않았다. 다만 베이징에서 진행된 미·중 무역협상에 대해선 “아주 잘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미 국무부는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를 통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 계획과 관련해선 발표할 일정이 없다”고 밝혔다. 카티나 애덤스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대변인은 김정은의 방중에 대한 논평 요청엔 “중국 측에 문의하라”며 선을 그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 같이 신중한 태도는 현재 물밑 조율 중인 2차 미·북 정상회담에 부정적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새해 들어 북·중 밀착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이 흐름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간 두 번째 회담에 미칠 파급을 분석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내에선 김정은의 방중에 대해 “미국에 보내는 은근한 압박”이란 분석과 “2차 미·북 정상회담을 위한 청신호”란 해석이 맞서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8일 ‘김정은(위원장)이 트럼프(대통령)에게 바다에 무척 많은 -최소한 다른 하나의- 물고기가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김정은의 깜짝 중국 방문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경고를 보낸 것”이라며 “양국 간의 화해가 흔들릴 경우 경제적, 외교적 정상화를 위한 다른 선택권이 있다는 점을 알렸다”고 지적했다. 조셉 윤 전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한미경제연구소(KEI)가 워싱턴DC에서 ‘동북아시아와 새 의회’를 주제로 연 세미나에서 “김 위원장의 4차 방중은 2차 미·북 정상회담에 앞서 중국의 ‘그린 라이트(green light·승인)’를 받고 미국엔 ‘중국 카드’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중의 메시지가 있다”고 말했다. 윤 전 대표는 회담 시기에 대해 “아마도 2월 말이나 3월 초쯤”이라 내다봤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