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이 2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받은 친서를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차 미·북 정상회담 의지를 재확인하면서도 제재를 풀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새해 첫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방금 김정은 위원장으로부터 훌륭한 편지를 받았다”며 A4 용지 크기로 보이는 1장짜리 친서를 꺼내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너무 머지않은 미래에 (2차 정상회담을) 준비할 것”이라면서도 “서두를 게 없다. 로켓도, (핵)실험도 없다”고 속도조절론을 반복했다. ‘북핵 협상에 성과가 없다’는 미국 조야의 비판을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고 ‘위협’한 데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낸 건 이번이 최소 여섯 번째로 지난해 9월 이후 4개월 만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방금’이 언제인지, 어떤 경로로 전달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날 김정은이 교착상태에 빠진 비핵화 협상을 정상 간 만남을 통해 풀겠다는 ‘친서 외교’를 재가동한 것으로 풀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비핵화 없이는 제재 해제도 없다’는 기존 입장도 재확인했다. 이날 각료회의가 열린 집무실 책상에는 이란 핵협정 탈퇴에 따른 제재 복원을 예고했던 ‘제재가 오고 있다’ 내용의 포스터가 올려졌다. 비핵화 협상의 진전이 없으면 대북 제재는 강화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의도적으로 내비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제재 해제 시 의회 보고를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긴 ‘아시아 안심 법안’에 서명하며 제재 유지 방침을 분명히 했다고 미국의소리(VOA)방송이 이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이 법안에 서명한 뒤 대북정책 관련 210조 등 일부 법조항을 언급하며 “정부는 대통령에게 부여된 독점적 헌법 권한에 따라 해당 조항을 일관되게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210조는 대북 제재 해제 시 30일 이내에 의회에 관련 보고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북한 비핵화에 대한 잠정적 로드맵을 평가한 보고서도 90일 안에 제출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재 유지 방침을 확고히 하면서 2차 미·북 정상회담이 성사될지, 또 구체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도 김정은의 제재 해제 요구를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 거부하면서 비핵화 협상의 교착 상태가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채연 기자/워싱턴=주용석 특파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