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그룹 총수 만난 靑정책실장 "자주 소통하자"
‘활력 중소기업! 함께 잘사는 나라.’

역대 정부 가운데 처음으로 ‘신년 인사회’ 장소로 서울 여의도의 중소기업중앙회를 택한 문재인 대통령은 2일 방명록(사진)에 이같이 적었다. 청와대가 아니라 중기중앙회를 낙점한 것은 올해 정책의 중점을 ‘경제’에 두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청와대는 참석자 면면에도 이 같은 뜻을 담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총괄수석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가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과 한 테이블에 앉았다. 김 실장은 기업인들과 반도체 가격 하락 등 경제현안에 대해 대화를 나누며 “앞으로 이렇게 소통하는 자리를 만들 테니 자주 만나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4대 그룹 외에도 최정우 한국철강협회장(포스코 회장), 김기남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장(삼성전자 부회장), 박성욱 한국반도체산업협회장(SK 수펙스추구협의회 ICT위원장), 성기학 한국섬유산업연합회장(영원무역 회장), 김창범 한화케미칼 대표, 박남주 풀무원식품 대표 등 업종을 대표하는 경제인들이 대거 초청됐다. 이날 참석한 경제계 인사는 43명으로 정부 측 참석자(65명) 다음으로 많았다. 다만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줄곧 정부 행사에 호출받지 못하고 있는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번에도 초대장을 받지 못했다.

정치권에서는 자유한국당, 민주평화당이 불참했다. 작년 신년 인사회에는 5당 원내대표가 모두 나왔다. 한국당은 “기업인들 줄세우기식 신년회가 무슨 의미가 있냐”며 불참 이유를 밝혔다. 문 대통령의 신년 인사를 두고 “현 정부의 정치, 경제, 안보에 대한 평가에 공감하기는 사실상 어려웠다”고 혹평했다.

윤영석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를 열고 경제강국으로 성장했다고 자평했지만, 실상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을 비롯한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부작용을 감내해야 했던 한 해였다”고 지적했다. 지난 1년간 고용참사, 분배실패, 소비와 투자 위축으로 국민의 고통이 심각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바른미래당 역시 “많은 경제인을 앞에 두고 소득주도성장을 양보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며 “잘못된 정책에 대한 성찰은 없고, 막연히 ‘잘되고 있을 것’이라는 맹목적인 믿음만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평화당은 “대통령 신년사의 현실 진단은 옳으나 구체적인 처방이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박재원/고재연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