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이끈 운영위 소집에 의혹 불식 위해 조국 전면 등장

서울대 법대 82학번 동기인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31일 국회에서 창과 방패로 격돌했다.

이날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민간인 사찰 의혹 규명을 위해 열린 운영위에서 나 원내대표는 "양두구육(羊頭狗肉·겉과 속이 다름)"이라고 문재인정부를 몰아붙였고, 조 수석은 "삼인성호(三人成虎·거짓이라도 여럿이 말하면 속는다)"라고 맞섰다.

대학에서 처음 만난 지 36년 만에 두 사람의 운명은 이렇게 완전히 엇갈렸다.

나 원내대표는 지난 12일 원내대표로서 임기를 시작해 운영위를 소집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데다 운영위원으로서 직접 창을 들고 선봉장에 나서야 할 위치다.

원내대표 경선 당시 늘 따라 다녔던 '대여(對與) 투쟁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뒤집을 첫 시험대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조 수석의 국회 출석도 이번이 처음이다.

청와대 민정수석의 출석 역사를 되짚어봐도 12년 만이다.

문재인정부 출범의 1등 공신으로 꼽히는 조 수석이 자신으로 향하는 각종 의혹을 해명하고, 더 나아가 정권 차원으로 번지지 않도록 하는 방패의 역할을 맡는 막중한 자리에 섰다.

회의 시작에 앞서 증인석을 찾은 나 원내대표는 옅은 미소를 머금은 채 악수를 청했고, 조 수석은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이에 응했다.

그러나 본격적인 질의응답이 시작되자 나 원내대표는 구석구석 이번 사태에 대한 의혹을 파고들었고, 조 수석은 일일이 막아내며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나 원내대표는 "이 정부는 민간인을 사찰하고, 공무원 핸드폰을 압수해 디지털 포렌식으로 캐고, 자신들의 실세 비리는 묵인했다"면서 "청와대의 직권남용과 직무유기에 대해 몰랐다 해도 직무유기, 보고받지 않았다고 해도 직무유기, 알고 뭉갰어도 직무유기"라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명박정부에서 총리실 민간인 사찰에 대해 당시 민주당 상임고문이었던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 탄핵감'이라고 얘기했는데 지금 증거와 정황을 보면 민간인 사찰을 부인하지만 있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조 수석은 "현 정부 들어와 수백, 수천 명의 정보 요원을 철수시킨 뒤 열 몇 명의 행정요원을 갖고 민간인 사찰을 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면서 "제가 정말 민간인 사찰을 했다면 저는 즉시 파면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조 수석은 "이미 판례에 따라 민간인 사찰과 블랙리스트에 대한 범죄혐의가 어떻게 구성되는지 명확한데, 이에 비추어 봤을 때 민간인 사찰을 했다거나 블랙리스트를 만든 일이 없다"고 강조했다.
82학번 동기 제대로 붙었다…나경원 "양두구육" 조국 "삼인성호"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