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14일 서울 용산 국방컨벤션에서 열린 방위산업계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와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평규 한국방위산업진흥회장, 왕정홍 방위사업청장, 정 장관, 김지찬 LIG넥스원 대표, 신현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 이성수 한화디펜스 대표.
유도무기와 레이더 등을 생산하는 방산업계 매출 1위(1조7613억원) 기업 LIG넥스원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43억원에 불과했다.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률(매출액 대비 영업이익)은 0.24%에 그쳤다. 시중은행의 1년 정기예금 금리(연 2% 안팎)보다 낮다. 1년간 벌어들인 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다는 의미다. 유망 수출산업으로 꼽히던 방위산업이 고사(枯死) 위기에 몰렸다.▶본지 12월11일자 A1, 15면 참조34년 만에 뒷걸음질14일 방산업체 모임인 한국방위산업진흥회(방진회)에 따르면 국내 93개 방산기업(정부 지정 업체)의 지난해 방산부문 매출은 12조7611억원으로 2016년(14조8163억원)보다 13.9% 감소했다. 방산기업의 전체 매출이 줄어든 것은 방진회가 1983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처음이다.방산업계의 수익성은 이미 한계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93개 방산기업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602억원으로 전년(5033억원)과 비교해 88% 급감했다. 2016년 32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지난해 2100억원의 적자를 냈다. 회계 기준 변경과 감사원 감사에 따른 납품 지연으로 대규모 적자가 발생했다.방산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도 2010년 7.4%에서 2016년엔 3.4%로 ‘반토막’ 난 데 이어 작년엔 0.5%까지 떨어졌다. 같은 해 제조업 평균 영업이익률(8.3%, 한국은행 집계 기준)에 한참 못 미친다. LIG넥스원(0.24%)은 물론 한화시스템과 한화디펜스, 한화지상방산 등 한화그룹 방산 계열사도 1.8~3.9%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방산기업의 세전 순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696억원과 1091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채우석 한국방위산업학회장은 “상당수 방산기업은 번 돈으로 대출 이자도 못 갚는 상태”라며 “이대로 가다가는 삼성처럼 방위산업을 포기하는 기업이 속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삼성은 2015년 7월 한화에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를 매각하고 방위산업에서 철수했다. 이듬해엔 두산도 보병전투장갑차 등을 생산하는 두산DST를 한화에 넘겼다. 2016년 100곳이던 방산업체는 93개로 줄었다.규제로 신음하는 방산업체방산업계와 전문가들은 과도한 성능요구조건(ROC)과 막대한 지체상금(납품지연 배상금), 불합리한 원가 산정 등 정부의 지나친 규제가 방위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검찰과 감사원의 과도한 방산비리 의혹 수사 및 감사 관행도 방산 시장을 위축시키는 요인 중 하나로 꼽는다.도입 때부터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만을 요구하는 ROC는 방산업계의 기술 개발을 가로막는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미국과 독일, 이스라엘 등 방산 선진국은 대부분 실전 배치와 운용 단계를 거쳐 성능을 높이지만 한국은 개발 단계에서부터 완벽한 무기만을 고집한다.ROC 합격에 실패해 납기일을 맞추지 못한 방산기업은 막대한 지체상금을 물어야 한다. 지체상금은 계약 이행이 늦어지면 지체된 기간에 대해 하루에 계약액의 0.075%만큼 방사청이 업체에 부과하는 벌금이다. K2전차를 생산하는 현대로템(1700억원)과 군함·잠수함 등을 건조하는 대우조선해양(1000억원), 총기제작업체 S&T모티브(1000억원) 등 주요 방산기업은 지체상금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아무리 납품이 늦어도 지체상금이 사업비의 10%에 그치는 수입 무기와의 역차별 논란도 거세다. 생산원가를 방위사업청에 신고하는 것은 물론 단순 부품을 생산하는 하청업체의 잘못까지 원청업체에 책임을 묻는 관행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정부가 방산업계 침몰을 막기 위해 수출 확대 등 대책 마련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이날 왕정홍 방위사업청장이 참석한 가운데 최평규 한국방위산업진흥회장(S&T그룹 회장), 김지찬 LIG넥스원 사장 등 14개 방산기업 최고경영자(CEO)와 간담회를 했다. 정 장관은 이 자리에서 방산기업 CEO들에게 애로 및 건의 사항을 들었다. 방사청은 ROC를 초과 달성하면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방산 수출 확대와 중소기업 육성을 목표로 하는 방위산업진흥법 제정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13개 방산업체 대표이사·임원 참석 간담회…애로사항 청취방산기업들 "무기체계 소요결정 단계부터 해외수요 고려해야"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14일 급격한 실적악화로 어려움을 겪는 방위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방산기업의 수출을 지원하고, 방산 내수시장 활성화에 힘을 쏟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정 장관은 이날 용산 국방컨벤션에서 열린 방산업체 대표이사(CEO) 간담회에서 "우리 방위산업이 실적악화, 수출부진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정부는 국방외교 차원에서 수출지원을 강화하고, 군사력을 건설하는 군에서도 내수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이날 공개된 한국방위산업진흥회(이하 방진회)의 '2017 방산업체 경영분석' 자료에 따르면, 93개 방산지정 업체의 작년 방산부문 매출액은 12조7천611억원으로 전년 대비 13.9% 감소했고, 당기순이익은 같은 기간 2천184억원에서 마이너스 1천91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정 장관은 "정부와 방산기업은 '유능한 안보, 튼튼한 국방'이라는 시대적 사명을 공유하는 동반자로서 방위산업을 육성하고 지원하는 것은 국가의 책무이자 국방정책 수행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그러면서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을 군사적으로 활용해 국내 업체의 기술력 확보와 수출경쟁력 강화를 도모하고, 내실 있는 중장기 계획을 수립해 안정적이고 계획적인 생산 여건 보장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방위사업청은 이날 간담회에서 ▲ 발전적 생태계 조성 ▲ 국방 연구·개발(R&D) 역량 강화 ▲ 유망 중소·벤처기업 육성 ▲ 수출형 산업구조로의 전환 등 내용이 담긴 방위산업 경쟁력 강화 4대 정책 방향을 방산기업들에 설명했다.간담회에 참석한 방산기업 대표이사와 임원들은 국방부와 방사청을 향해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제시했다.중소기업인 아이쓰리시스템의 정한 대표이사는 "외국의 무기체계 수요를 고려해 작전요구성능(ROC)에 반영하면 수출경쟁력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군 당국이 무기체계 소요결정 단계에서 ROC를 지나치게 높게 설정하면 생산원가가 높아지고 이에 따라 수출경쟁력도 떨어지게 된다는 지적으로 풀이된다.이에 방사청 측은 "현재 방산수출 관련 사항은 사업추진 기본전략 수립단계에서 검토하게 돼 있으나, 향후 소요기획 단계에서부터 고려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 개정을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최종호 전무는 "무기체계 국외구매 때도 일부 부품 및 장비를 국내 생산하도록 계약하면 국내 기술력이 향상될 것"이라고 제안했고, 방사청 측은 "(무기체계) 국외도입 때도 국산부품 쿼터제를 계획하고 있으며, 국산부품 우선 구매를 위한 가이드라인도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현대중공업의 남상훈 전무는 함정 건조과정에서 대형사고가 발생하면 기업이 존폐 위기에 처할 수 있으므로 함정건조보험을 예산에 반영해달라고 요청했다.이에 정 장관은 "올해 예산 반영을 위해 노력했으나 반영되지 못해 안타깝게 생각하며, 내년 예산 반영을 위해 관계부처와 협의하는 등 더욱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정 장관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이번 간담회를 일회성 행사가 아닌 지속적인 소통의 장으로 추진해 진솔한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것"이라며 "안보와 경제라는 두 축을 발전시키는 상호협력 관계를 구축하자"고 제안했다./연합뉴스
국방부는 14일 서울 용산 국방컨벤션에서 정경두 국방부 장관 주관으로 방산업체 최고경영자(CEO) 간담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이번 간담회는 정 장관 취임 이후 처음으로 개최된다.최근 방산수출 침체와 매출액 및 영업이익률 감소 등 우리 방위산업이 처해있는 어려움을 직접 듣고자 마련됐다.방위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 등이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왕정홍 방위사업청장을 비롯해 한화, LIG넥스원, 한국항공우주산업, 퍼스텍 등 대기업과 중소·벤처기업을 망라한 13개 방산업체 CEO가 참석한다.국방부는 "방산업체 간담회를 지속해서 개최해 정부와 업체가 소통하는 기회의 장으로 만들고, 방위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한편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은 이번 간담회에서 방위산업 육성정책을 소개할 예정이다.방사청은 연구개발 주관 업체가 군의 작전요구성능(ROC) 이상의 목표를 달성할 경우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성능달성 유인부계약(가칭)' 제도 도입, 방산수출 확대와 중소·벤처기업 집중 육성을 목표로 하는 방위산업진흥법 제정 등을 검토하고 있다.기술변화를 신속하게 반영해 무기체계 소요를 선도하는 미래도전 기술개발 사업 신규 도입, 수출형 산업구조 전환 및 일자리 창출 등의 정책도 추진하고 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