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과거사, 가슴 아프지만 냉정하게 접근해야"
“한·일 간 과거사 문제는 우리에겐 가슴 아픈 역사지만 냉정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여건이 재일본대한민국민단 중앙본부 단장(사진)은 재일 한인의 어려움을 우회적으로 토로했다. 대법원이 강제징용 피해자의 손을 들어주는 등 한·일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재일동포에 대한 협박도 급증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휴일에도 민단 본부에 일본 경찰차가 와 있어야 할 정도”라고 덧붙였다.

여 단장은 지난 6일 도쿄 민단 중앙본부에서 외교부 출입 기자단과 인터뷰를 했다. 그는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는 한·일 정부가 정치적으로 냉정하게 해결해야 할 사안”이라고 했다. 시민운동 단체들이 개입하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는 게 그의 평가다.

한·일 간 과거사는 1965년 체결된 한·일 청구권협정을 통해 정치적, 법적으로 해결됐다는 게 여 단장의 지론이다. 그는 “나쁜 조약이라고 생각되면 계속 교섭하면서 전진해야지 아예 근간 자체를 없애버리는 건 안 된다”며 “나라 간 합의는 간단하게 무시할 수 없는 것이고, 합의의 틀 안에서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여 단장은 “(지난 10월30일 대법원의 강제징용자 배상 판결과 관련해) 일본인들이 ‘대한민국은 법치국가 아닌가, 외교를 무시하는 나라인가’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대중의 역사 인식이 낮다는 점도 상황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여 단장은 “일본인의 근현대사 인식은 0점에 가깝다”며 “일본 사람은 과거 역사 문제에 크게 관심도 없어 (한국인의) 마음 아픈 역사를 잘 모른다”고 했다.

일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재일동포에 대한 ‘헤이트 스피치’(편파적 발언이나 언어폭력)가 늘어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여 단장은 “대법원 판결 이후 센다이에 있는 한국 총영사관에도 협박전화가 오고 있다”고 말했다. 독도 문제에 대해서는 “극우세력이 민단 앞에 매주 오는 게 독도 때문”이라며 “(독도를) 갖고 있는 우리는 가만히 있으면 되는데 ‘독도는 우리 땅’이란 노래를 부르니까 그들을 자극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채연 기자/도쿄=외교부공동취재단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