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가 11일(현지시간) 북한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미신고된 채 운영 중인 미사일기지가 최소 13곳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CSIS는 보고서를 통해 북한과 미국 간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도 몇몇 기지에서 유지·보수 등의 활동을 한 흔적이 관측됐다고 주장했다.

미 국방정보국(DIA) 분석관 출신으로 최근까지 미국의 북한 전문 사이트인 38노스 연구원으로 있었던 조지프 버뮤데즈 연구원은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확인된 미사일 기지는 북한 내 산악지역·계곡 등지에 산재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이 (핵·미사일) 역량을 최대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들 기지에선 어떤 미사일이라도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양한 사거리의 탄도 미사일을 보관하는 장소로 쓰였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CSIS 설명에 따르면 과거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던 황해북도 황주군 삭간몰 일대의 미사일 기지는 ‘운영 중(active)’인 것으로 보이고 지금도 재발사할 수 있도록 유지되고 있다. 이 기지는 공습으로부터 갱도 입구를 보호하기 위해 주변에 약 18m 높이의 둔덕과 폭 6m의 밖 여닫이 창문 2개에 둘러싸여 있다. 보고서는 “미사일 운영 기지가 곧 발사시설(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며 “비상시에는 발사할 수도 있지만 북한 인민군은 (평상시) 미사일 발사대를 사전에 준비된 발사지로 분산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NYT는 이들 미사일 발사기지는 북한이 한 번도 인정한 적이 없으며 북한이 ‘대규모의 위장 기만’ 전술을 벌이고 있다는 의심이 제기된다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등을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북한으로부터 구체적인 핵 프로그램 폐기 시간표를 약속받지 못했고 더 이상 진전된 협의는 없는 상태다. 전문가들은 비핵화 협상에 있어 북한의 구체적인 핵·미사일 능력의 공개가 중요한 선결조건이라고 지적했지만 북한은 현재까지 미사일 기지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