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두절(無頭節·수장이 없는 날)이요? 청와대에는 적용되지 않는 얘기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유럽 순방으로 청와대를 비운 동안 남은 참모들은 ‘밀린 숙제’에 여념이 없다. 청와대 내부에선 무두절이 되레 평소보다 바쁜 ‘지옥 주간’으로 통한다.

지난 12일부터 7박9일 일정으로 문 대통령이 순방길에 나선 직후 청와대는 대규모 공사에 들어갔다. 건물 내 누전 위험이 있는 노후 배선을 새것으로 교체하고, 백열전구를 에너지 효율이 높은 LED(발광다이오드) 조명으로 대체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필요한 시설 유지보수 작업은 대통령이 자리를 비울 때만 할 수 있다”며 “이번에 순방 일정이 길어 큰 공사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순방과 업무 연관성이 낮은 정책 부서들은 오히려 야근이 잦다. 대통령이 복귀할 때까지 그간 풀지 못했던 과제의 답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고용지표 악화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일자리수석실 역시 마찬가지다. 정태호 일자리수석은 지난 18일 서울 모처에서 벤처기업 10여 곳과 현장간담회를 했다.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일자리 창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대통령 주재 회의가 없는 순방 기간인 점도 간담회 날짜를 정하는 데 한몫했다.

지난 6월 임명 이후 벌써 여덟 번째 간담회다. 앞선 현장 방문에선 최근 위기에 놓인 자동차 부품업계 중소기업 대표들을 만났다. 청와대 관계자는 “일자리수석실 내부에선 매달 고용지표가 나오는 날을 ‘매 맞는 날’로 부르고 있다”며 “이삭 줍는 심정으로 시간이 날 때마다 기업 한 곳이라도 더 만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이 자리를 비운 동안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압박감 탓에 ‘칼퇴’는 언감생심”이라고 털어놨다.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의 ‘청와대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 공개도 청와대를 더욱 바쁘게 했다. 심 의원이 내려받은 자료 중 청와대에 식자재를 공급하는 업체명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일일이 보안 점검을 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적용 중인 ‘점심시간 1시30분 규칙’도 청와대 직원들의 근무 기강을 다잡고 있다. 청와대는 직원들의 점심시간을 오후 1시반까지로 정하고 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