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공동선언 발표후 트럼프 "김정은, 핵사찰 허용했다" 언급해 관심 집중
문 대통령 "北약속은 '검증·불가역' 의미" 설명…韓, 美에 미리 설명한 듯
[평양정상회담] 北 '참관' '영구적 폐기' 언급을 美 '사찰'로 이해한 까닭
문재인 대통령은 2박3일 방북 일정을 마친 20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프레스센터에서의 대국민 보고에서 "북한이 평양 공동선언에서 사용한 참관이나 영구적 폐기라는 용어는 결국 검증가능한 불가역적 폐기라는 말과 같은 뜻"이라고 밝혔다.

전날 오전 발표된 평양공동선언에 '북측은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하에 우선 영구적으로 폐기한다', '북측은 미국이 상응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용의가 있음을 표명하였다'는 내용을 보충설명한 것이었다.

문 대통령의 이 언급은 평양공동선언 직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보인 반응을 이해시키는 계기가 됐다.

전날 정오 즈음 평양공동선언이 발표되고 1시간 정도 지나고나서 미국으로선 심야 시간인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에 "김정은 위원장이 핵사찰을 허용하는데 합의했다"고 적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성명을 통해 "미국과 IAEA 사찰단의 참관"을 언급했다.

평양공동선언에는 사찰이라는 단어가 등장하지 않았는데도 둘은 사찰을 명시적으로 거론함으로써 의문을 품게 하였다.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장관이 뭔가 잘못 이해했거나, 평양공동선언 이상의 내용을 알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결과적으로 당연히 후자였다고 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의 이날 언급에서 그 답을 추론해볼 수 있다.

다시 말해 평양공동선언 발표를 전후로 한미 간에 이미 북한의 '참관' '영구적 폐기' 언급은 '검증가능한 불가역적 폐기'라는 설명이 전달됐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를 바탕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이 사찰을 허용했다는 평가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동안 국제사회가 북한에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FFVD'(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북한의 비핵화) 원칙 수용을 요구한 데 대해 북한이 자기들만의 표현으로 받아들인 셈이다.

이로 볼 때 북한은 '전문가 참관 하의 영구적 폐기' 입장을 밝힌 동창리 시설은 물론 향후 미국의 적절한 '상응조치'가 취해진다면 다른 시설에 대해서도 사찰에 응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문 대통령은 평양공동선언에는 참관, 영구적 폐기라는 단어를 쓰되 그 속뜻은 'VI'(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를 의미한다는 것을 알려 북한 또한 CVID를 거부하지 않음을 공론화한 것이다.

이런 배경에서 트럼프 미 행정부는 평양공동선언이 발표되자마자 북한과 실무담판을 하기로 정하고 그 장소로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있는 오스트리아 빈을 지목했으며 폼페이오 장관이 다음 주부터 시작될 유엔 총회를 계기로 북한의 리용호 외무상과 회담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문 대통령 설명은 선언에 담긴 참관과 영구적 폐기 용어가 결국 미국이 요구하는 FFVD와 같다는 것으로, 의미에 대한 논쟁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라며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이나 폼페이오 장관도 사찰, 검증 표현을 쓴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