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 방북 소감
현정은 "희망이 우리 앞에 있다"
박용만 "경협, 시간 더 있어야"
구광모 "잘 보고 왔다" 말 아껴
손경식 "모두가 경협 희망 확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많은 것을 보고 왔는데 그 안에 상당히 많은 기회가 있을 수 있고, 또 어쩌면 하나도 없는 백지일 수도 있을 것 같다”며 “어떤 그림을 그릴 수 있을지, 어떤 협력을 통해 한반도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보겠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보고 들은 것들이 있으니 이를 소화하고 생각하고 고민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정리될 때까진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무언가를 좀 더 고민해보겠다”고도 말해 대북제재 등 걸림돌이 없어지면 남북 경협에 뛰어들 의사가 있음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국내 기업 가운데 대북 사업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현대그룹의 현정은 회장도 향후 경협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현 회장은 “앞으로도 넘어야 할 많은 장애물이 있겠지만, 이제 희망이 우리 앞에 있음을 느낀다”며 “남북 경협의 개척자이자 선도자로서 현대그룹은 일희일비하지 않고 담담한 마음으로 남북 경협에 적극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남북 간 평화와 공동번영에 혼신의 힘을 보태겠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 관광 정상화에 합의한 것과 관련해선 “금강산 관광이 시작된 지 20년, 중단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남측과 북측에서 남북 경협의 상징으로 금강산 관광이 기억된다는 사실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일정이 허락하는 대로 다양하게 보려고 노력했다”며 “달라진 평양의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길에서 만나는 시민들도 여유롭고 활기있는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박 회장은 또 “이용남 북한 경제담당 부총리와 한 시간 가까이 대화했다”며 “철도와 관광 등에 대한 질문도 나누고 각자 사업도 소개했다”고 전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이 부총리와 주로 경제 얘기를 했다”며 “남북 경협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진 않았지만 모두 경협을 원한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말을 아꼈다. 이 부회장은 “다른 분에게 질문을 해달라”고 피했고, 구 회장도 “잘 보고 왔으며 (경협은) 구체적인 말을 할 단계가 아니다”고만 했다.
도병욱/박상익/고재연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