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평양의 유경호텔(사진)은 외국인 사업가들이 주로 묵는 숙소다. 이곳엔 장기 투숙 중인 조선족 사업가들이 꽤 많다고 한다. 광산 개발 명목으로 대규모 자금을 투입했다가 수익금을 받지 못해 오도 가도 못하는 이들이다.

단둥에서 만난 한 무역상은 “광산같이 규모가 큰 투자는 중국 자본을 끌어와야 할 수 있다”며 “돈을 회수하지 못했으니 중개 역할을 한 이는 후환이 두려워 고향에도 못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과의 경제협력은 살얼음판을 걷는 것과 같다는 게 경험자들의 얘기다. ‘합영법’이라 불리는 외국인 투자를 보호하기 위한 합작투자법이 있긴 하지만 명목상일 뿐이다. 한 중국인 사업가는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북한 광산을 개발하기 위해 중국 기업이 꽤 많이 몰려갔다”며 “초기 개발비와 각종 채굴 장비를 갖고 들어갔는데 도로나 철도가 엉망이어서 광물을 들고나올 수 없게 되자 대부분 투자금 회수도 못한 채 망했다”고 귀띔했다.

돈과 기술이 넘어오면 안면을 바꾸는 식의 ‘술수’에 북한의 혈맹인 중국 기업인조차 숱하게 당했다는 것이다.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사업 등 남북경협이 겪은 과정과 비슷하다. 단둥의 무역상들은 “시장 조사 차원에서 평양, 원산 등지로 들어가긴 하는데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며 “중국의 한 기업은 최고인민회의가 결정해 허가를 내준 사업을 시작했다가 나중에 사업권을 뺏긴 적도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고 경제 발전에 매진할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다만 북한의 ‘장마당’ 경제는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평양을 자주 오가는 한 북한 화교는 “은행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이 없어 현금 거래가 거의 100%”라며 “신의주에서 원산까지 인편으로 현찰 상자를 주고받을 정도”라고 말했다. 조선중앙은행의 기능을 민간 신용이 이미 압도했다는 얘기다.

단둥=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