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통령 평양 방문 일정·의제 등 합의한 것으로 알려져비핵화-종전선언 '빅딜' 중재 여부도 주목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별사절단을 이끌고 평양을 방문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6일 방북 결과를 설명한다.청와대는 정 실장이 이날 오전 10시40분 청와대 춘추관에서 공식 브리핑을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면담 성과 등을 밝힐 예정이라고 밝혔다.정 실장의 브리핑 시각은 국회에서 오전 10시부터 진행될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고려해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정 실장은 4·27 남북정상회담을 앞둔 지난 3월 방북 때와 마찬가지로 서훈 국가정보원장, 천해성 통일부 차관, 김상균 국정원 2차장, 윤건영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과 함께 평양을 방문했다.특사단은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환담을 한 데 이어 노동당 본부청사에서 김 위원장을 면담했다.정 실장은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에게 문 대통령의 친서도 전달했다.특사단은 일정, 의제를 비롯해 이달 중 열릴 제3차 남북정상회담의 구체적 내용과 함께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한반도 평화정착 방안을 논의했다.귀환에 앞서서는 북측과 만찬을 함께한 뒤 오후 9시 40분께 서울공항에 도착했다.정 실장의 방북 결과 발표에서 주목할 부분은 정상회담 일정이다.특사단은 김 위원장과의 면담에서 9월 중 열릴 남북정상회담 일정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경호와 의전, 보도 등을 실질적으로 준비하는 기간과 9월 마지막 주에 뉴욕에서 열릴 유엔총회에서 한미정상회담 개최가 검토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17일∼21일 사이에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보인다.판문점선언 이행의 실효성을 높이는 구체적인 합의를 비롯해 남북관계 발전 방안 등 대략적인 남북정상회담의 의제에도 큰 틀에서 의견 조율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정 실장의 기자회견에서는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을 촉진시킬 방안에 관해 특사단이 이번 방북을 통해 거두었을 것으로 보이는 진전된 내용이 공개될지도 주목된다.청와대 안팎에서는 특사단이 완전한 비핵화의 당위성과 함께 상징적 종전선언을 먼저 해야 한다는 북한과 성의 있는 조치가 먼저 있어야 한다는 미국 간 입장 차이를 좁힐 만한 중재안을 제시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이러한 관측과 맞물려 일각에서는 '북한의 핵리스트 단계적 제출', '핵시설 신고를 위한 실무준비 완료 단계에서의 종전선언 추진' 등의 북미 간 '빅딜'을 끌어낼 중재안을 특사단이 내놨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하고 있다.청와대는 정 실장의 기자회견이 끝나는 대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판문점선언이행추진위를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로 전환해 회의를 열어 회담 준비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연합뉴스
5일 밤 10시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한 특별기에서 내린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표정은 밝았다. 정 실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별사절단 수석특사 자격으로 이날 당일치기로 북한을 다녀왔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분위기가 나쁘지 않은 것 같다”며 방북 성과에 대한 기대를 내비쳤다.김정은 파격 제안 가능성이날 특사단은 지난 3월 1차 방북 때보다 훨씬 큰 부담을 안고 평양으로 향했다. 6·12 미·북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선(先) 비핵화를 요구하는 미국과 선 종전선언을 해야 한다는 북한과의 갈등이 깊어진 상태였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지난달 방북이 전격 취소될 정도로 한 치 앞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특사단은 이번 방북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설득해 국제사회가 수용할 수 있는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출발했다. 출발 직전까지도 김정은과의 면담 성사 여부조차 불투명한 ‘시계 제로’ 방북이었다.하지만 특사단이 이날 김정은과 만나 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면서 비핵화 논의 및 미·북 관계 전환과 관련해 긍정적인 의견 교환이 오갔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사단은 이달 평양에서 열기로 한 남북한 정상회담의 구체적 일정과 의제, 판문점 선언의 이행을 통한 남북 관계 진전 방안,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한반도 항구적 평화 정착 달성 방안 등 세 가지 테마를 집중 논의했다. 문 대통령은 친서를 통해 김정은에게 남북 관계 개선에 대한 강력한 의지, 한반도 비핵화 및 종전선언을 통한 평화체제 구축의 당위성을 전달했다.특히 김정은이 특사단에 핵 시설과 핵무기, 미사일 시험장 등의 신고와 관련해 종전보다 더욱 파격적인 제안을 내놓았을 가능성이 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미국이 종전선언과 대북제재와 관련해 북한에 유리한 방향으로 조금 양보한다면 북한이 예상보다 좀 더 나아간 비핵화 시행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일부 전문가는 “문 대통령이 친서에 남북 경제협력 부활과 관련한 의견을 제시했을 것으로 관측된다”고 전했다. 실제 북한은 지난 7월부터 줄기차게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우리 정부에 요구해왔다.특사단, 미·북 간 간접회담 중재특사단은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 후 서로 ‘거품과 환상’이 꺼져버린 미국과 북한 사이를 잇는 중간 다리 역할을 맡았다. 이날 특사단은 미국 측과 사전협의를 통해 북측에 던질 새로운 ‘카드’를 준비한 것으로 전했다. 이에 대한 북측의 반응을 받아든 정 실장은 다시 조만간 미국을 방문, 방북 결과를 직접 설명할 것으로 전해졌다. 특사단을 통해 미·북이 간접회담을 하는 모양새가 연출되는 것이다.특사단이 올 3월처럼 방북 성과를 미국과 중국 등 한반도 정세 관련 주요국에 보고하고 미국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면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이 조기에 재추진될 전망이다. 이 경우 2차 미·북 정상회담과 함께 연내 종전선언까지도 이뤄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대북 특사단이 남북 관계의 독자성을 발휘해 미·북 대화를 추동하는 창의적 역할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특사 방북을 통해 북한의 진심이 무엇인지를 확인하고, 그것에 근거해 미·북 대화를 촉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北 “종전 선언, 의지만 있으면 가능”북한은 종전선언 채택을 재차 강력히 요구했다. 북한 외무성은 특사단 방북 전날인 지난 4일 홈페이지 ‘공식 입장’ 코너에 김용국 외무성 산하 군축 및 평화연구소장 명의로 ‘조선반도(한반도)에서의 평화체제 구축은 시대의 절박한 요구’란 소논문을 올렸다.외무성은 이 글에서 “조·미(북·미) 사이의 신뢰 조성에서는 무엇보다도 조선반도에서의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정치적 의지의 발현으로서 종전을 선언하는 것이 첫 공정”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당사국들의 정치적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종전선언을 채택해 전쟁 상태부터 끝장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강조했다.아울러 “종전선언 문제는 판문점 북남 수뇌회담과 조·미 수뇌회담의 정신에 비춰볼 때 이미 결실을 봤어야 할 문제”라며 “미국은 우리의 성의 있는 노력에 진정으로 화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일단 대화라는 물이 있는 우물가로 북한과 미국을 데려가는 게 우리 정부의 역할”이라며 “물을 마시는 건 북한과 미국 양측이 해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지난 3월 이후 6개월 만에 이뤄진 12시간의 특별사절단 방북 일정은 그 어느 때보다 베일에 싸여 있었다. 특사단은 평양에서 외부에서 메시지를 해독할 수 없는 비화기(話機)를 통해 세 차례 청와대와 팩스로 교신했을 뿐 도착 직후부터 분주한 일정을 소화했다. 출발 직전까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만남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변수가 많았던 일정 탓에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는 분석이다.특사단은 5일 오전 7시40분께 공군2호기를 타고 서울공항을 빠져나갔다. 출국길 천해성 통일부 차관의 손에 들려 있던 갈색 서류가방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가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서해직항로를 통해 우리 영공을 벗어난 특별기는 이륙 1시간20분 만에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는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이 영접을 나왔다. 3월에도 1차 남북정상회담을 이끌어내기 위해 방북한 특사단을 이 위원장이 마중 나왔었다.평양 시내의 고려호텔로 곧장 이동한 특사단은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만났다. 1차 방북 당시 특사단이 고방산 초대소로 이동했을 때 김 부위원장이 마중을 나온 것과 비슷한 동선이다. 오전 9시33분 고려호텔에 도착한 특사단은 김 부위원장, 이 위원장 등과 10시14분까지 환담을 하고 10시22분 자리를 떴다. 김 부위원장은 특사단과 20분간 대화한 뒤 자리를 떴다고 청와대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이 전했다.다음 일정은 김정은과의 면담이었다. 당초 오후 늦게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지만 예상보다 빨리 성사됐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노동당 청사에서 김정은을 만나 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다. 북측에서는 김 부위원장 한 명만 배석했다. 특사단과 김정은이 오찬을 함께했을 가능성에 대해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김 위원장이 참석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이후 일정에 대해 청와대는 추가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김 부위원장과 3차 남북한 정상회담 의제 등에 대해 협의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 대변인은 이날 오후 “방북 특사단은 오늘 김정은 위원장과 만나 친서를 전달하고 의견을 나눴다”며 “특사단은 만찬 뒤 출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번 방북에서 김 위원장을 만난 데다 만찬까지 한 것을 보면 회담 진행도 순조로웠던 것으로 봐야 한다”며 “만찬에서 ‘자고 가시라’고 권유를 받았다면 (내일 귀국할지도) 모르는 일”이라며 기대를 밝혔다.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만찬을 마친 특사단은 이날 오후 8시40분께 평양 순안공항으로 이동, 귀국길에 올랐다. 오전 방북 때와 마찬가지로 서해 직항로를 이용해 서울공항에 오후 9시44분 귀환했다.12시간 만에 밝은 표정으로 돌아온 특사단은 기자의 “11시간 동안 방북한 총평을 해달라” “정상회담 시기는 언제로 정해졌나” 등의 질문에 답변 없이 미소를 띠며 공항을 나왔다. 특사단은 곧장 청와대로 이동해 문 대통령에게 방북 일정을 보고했다. 정 실장은 6일 오전 김정은을 비롯한 북측 인사와 협의한 방북 결과물을 공식 브리핑할 예정이다.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