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왼쪽) 등 대북 특별사절단이 12시간가량의 방북 일정을 마치고 5일 밤 9시44분 공군 2호기에서 내려 경기 성남 서울공항을 빠져나오면서 옅은 미소를 짓고 있다. 오른쪽은 서훈 국정원장. /연합뉴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왼쪽) 등 대북 특별사절단이 12시간가량의 방북 일정을 마치고 5일 밤 9시44분 공군 2호기에서 내려 경기 성남 서울공항을 빠져나오면서 옅은 미소를 짓고 있다. 오른쪽은 서훈 국정원장. /연합뉴스
지난 3월 이후 6개월 만에 이뤄진 12시간의 특별사절단 방북 일정은 그 어느 때보다 베일에 싸여 있었다. 특사단은 평양에서 외부에서 메시지를 해독할 수 없는 비화기(話機)를 통해 세 차례 청와대와 팩스로 교신했을 뿐 도착 직후부터 분주한 일정을 소화했다. 출발 직전까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만남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변수가 많았던 일정 탓에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는 분석이다.

특사단은 5일 오전 7시40분께 공군2호기를 타고 서울공항을 빠져나갔다. 출국길 천해성 통일부 차관의 손에 들려 있던 갈색 서류가방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가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서해직항로를 통해 우리 영공을 벗어난 특별기는 이륙 1시간20분 만에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는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이 영접을 나왔다. 3월에도 1차 남북정상회담을 이끌어내기 위해 방북한 특사단을 이 위원장이 마중 나왔었다.

예정에 없던 만찬까지… 12시간 北 머문 특사단, 밝은 표정으로 귀환
평양 시내의 고려호텔로 곧장 이동한 특사단은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만났다. 1차 방북 당시 특사단이 고방산 초대소로 이동했을 때 김 부위원장이 마중을 나온 것과 비슷한 동선이다. 오전 9시33분 고려호텔에 도착한 특사단은 김 부위원장, 이 위원장 등과 10시14분까지 환담을 하고 10시22분 자리를 떴다. 김 부위원장은 특사단과 20분간 대화한 뒤 자리를 떴다고 청와대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이 전했다.

다음 일정은 김정은과의 면담이었다. 당초 오후 늦게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지만 예상보다 빨리 성사됐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노동당 청사에서 김정은을 만나 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다. 북측에서는 김 부위원장 한 명만 배석했다. 특사단과 김정은이 오찬을 함께했을 가능성에 대해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김 위원장이 참석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이후 일정에 대해 청와대는 추가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김 부위원장과 3차 남북한 정상회담 의제 등에 대해 협의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 대변인은 이날 오후 “방북 특사단은 오늘 김정은 위원장과 만나 친서를 전달하고 의견을 나눴다”며 “특사단은 만찬 뒤 출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번 방북에서 김 위원장을 만난 데다 만찬까지 한 것을 보면 회담 진행도 순조로웠던 것으로 봐야 한다”며 “만찬에서 ‘자고 가시라’고 권유를 받았다면 (내일 귀국할지도) 모르는 일”이라며 기대를 밝혔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만찬을 마친 특사단은 이날 오후 8시40분께 평양 순안공항으로 이동, 귀국길에 올랐다. 오전 방북 때와 마찬가지로 서해 직항로를 이용해 서울공항에 오후 9시44분 귀환했다.

12시간 만에 밝은 표정으로 돌아온 특사단은 기자의 “11시간 동안 방북한 총평을 해달라” “정상회담 시기는 언제로 정해졌나” 등의 질문에 답변 없이 미소를 띠며 공항을 나왔다. 특사단은 곧장 청와대로 이동해 문 대통령에게 방북 일정을 보고했다. 정 실장은 6일 오전 김정은을 비롯한 북측 인사와 협의한 방북 결과물을 공식 브리핑할 예정이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