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을 전격 취소하면서 청와대의 대북 로드맵 구상에 제동이 걸렸다. 이달 말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시점으로 9월 남북한 정상회담과 종전선언 발표 등을 준비해 왔기 때문이다.

청와대 측은 26일 일단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북·미 관계가 다시 경색되는 느낌이지만 이럴 때일수록 더욱 남북정상회담을 열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취소와 관련한 공식 발표 및 구체적 언급은 하지 않았다.

당초 청와대는 이달 말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북한 정권수립기념일 70주년(9·9절) 방북, 9월 중순께 평양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3차 남북정상회담, 가을 종전선언 등의 시간표를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결과가 향후 로드맵을 결정할 중요 열쇠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24일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이후에 남북정상회담 일정과 안건들이 구체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남북정상회담 이전에 북한 비핵화와 관련된 진전이 없을 가능성이 커져서 의제 선정에 어려움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남북관계와 북한 비핵화를 함께 가져갈지, 문 대통령의 광복절 축사처럼 남북관계를 핵문제에 종속된 것으로 보지 않는 방향으로 갈 것인지 결단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 25일 폼페이오 장관과 긴급 통화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강 장관에게 이번 방북 연기 배경을 설명하고, 한·미 간 긴밀히 조율해 향후 대응 방향을 모색하자고 밝혔다. 강 장관은 “국제사회가 많은 기대감을 갖고 있었던 방북이 연기돼 아쉽게 생각한다”며 “남·북, 북·미 정상회담 합의사항을 철저히 이행하기 위한 한·미 양측의 의지에는 변함이 없는 만큼, 대화의 모멘텀을 유지하면서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계속 노력해 나가자”고 말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양국 외교장관은 대화 모멘텀을 계속 유지하면서 긴밀한 공조를 지속하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또 “북핵 문제와 관련해 중국 측의 건설적인 역할이 지속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