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당권 주자인 이해찬 의원 측이 경쟁상대인 송영길·김진표 의원 측의 ‘협공’에 적극적인 대응 모드로 전환해 주목된다. 그동안 ‘원팀’을 강조하며 여유를 보여온 이 의원 측의 정세 판단에 변화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 의원 측 황창하 대변인은 13일 성명서를 내고 “네거티브 공세에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며 즉각 중단을 요구했다. 황 대변인은 “(이 의원을) ‘죽은 세포’ ‘명퇴 대상’이라고 한 송 의원이 30년간 민주당과 함께한 이해찬 후보를 깎아내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송 의원은 지난달 31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죽은 세포는 물러나고 새로운 세포가 생성돼야 조직이 건강하다”며 세대교체론을 내세웠다. 또 이 의원을 ‘싸움꾼’에 빗댄 김 의원을 겨냥해선 “치열하게 국민과 당을 위해 원칙과 소신을 갖고 의정활동 한 것을 두고 싸움꾼으로만 매도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김 의원은 지난 3일 “여당 당대표가 여야 충돌의 빌미만 제공하고 싸움꾼으로만 비치면 어떻게 되겠냐”며 이 의원의 강성 이미지를 공격했다.

경쟁 주자의 날 선 비판에 무대응으로 일관하던 이 의원 측이 열흘 전 발언을 새삼 문제삼고 나온 배경을 두고 민주당 내에서는 송·김 후보의 ‘이해찬 대세론 깨기’ 공세 차단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0일 리얼미터 여론조사를 비롯해 주요 여론조사에서 이 의원은 여전히 1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김·송 의원 측이 기민하게 움직이며 세 불리기에 나서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핵심 팬카페인 ‘젠틀재인’과 민주당 권리당원 카페 ‘문파랑’은 최근 김 의원 지지를 선언하거나 암묵적 우군을 자임했다. 친문재인계 핵심인 전해철 의원도 지지를 사실상 공식화했다. 김 의원은 “김두관 의원이 지지 의사를 밝혔고, 최재성 의원도 뜻을 같이하고 있다”며 “전당대회 열흘 전인 15일 전후로 지지선언하는 의원이 늘 것”이라고 말했다.

송 의원은 ‘현장 연설은 1위’라는 평가를 앞세워 추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주말 강원과 충북, PK(부산·경남)와 TK(대구·경북) 대의원대회에서 현장과 호흡하는 연설로 압도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는 게 송 의원 측 평가다. 송 의원은 “저와 이 의원이 2강이며 수도권에서 대의원대회를 하면 제가 1등으로 올라설 것”이라고 자신했다. 송 의원은 전체 표심의 45%를 차지하는 대의원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