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인근 한 맥줏집에서 퇴근길 시민들과 만나 호프타임을 갖는 동안 시민들이 몰려 지켜보고 있다. 이 날 행사는 문 대통령 대통령 후보 시절 약속한 '퇴근길 국민과의 대화 일환'으로 열렸다. 대화 자리에는 박용만 대한상의회장과 청년 구직자, 경력단절 여성구직자. 최저임금 적용 근로자(아파트 경비원) 중소기업 대표, 편의점 점주, 서점, 음식점, 도시락업체 대표, 인근 직장인이 참석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인근 한 맥줏집에서 퇴근길 시민들과 만나 호프타임을 갖는 동안 시민들이 몰려 지켜보고 있다. 이 날 행사는 문 대통령 대통령 후보 시절 약속한 '퇴근길 국민과의 대화 일환'으로 열렸다. 대화 자리에는 박용만 대한상의회장과 청년 구직자, 경력단절 여성구직자. 최저임금 적용 근로자(아파트 경비원) 중소기업 대표, 편의점 점주, 서점, 음식점, 도시락업체 대표, 인근 직장인이 참석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시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겠다는 취지로 진행된 '퇴근길 국민과의 대화' 호프집 미팅에 겹치기 출연자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26일 저녁 광화문 인근 한 호프집에서 ‘퇴근길 국민과의 대화’행사에서 청년구직자들과 편의점, 음식점, 동네서점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등과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요식업장에서 아르바이트 중이라는 배모(27) 씨는 문 대통령에게 "그동안 공무원 준비 3년 했는데 결과가 안 좋아서 그냥 고시 접고 새로운 출발을 하려고 한다"면서 "다음 학기에 복학한다. 더하면 시간만 잡아먹을 것 같다"고 사정을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배씨에게 “공백이 아깝겠다”고 위로했다.

하지만 눈썰미가 좋은 네티즌들은 배씨가 지난해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제작・공개된 문 대통령의 홍보 영상에 등장했던 인물임을 알아차렸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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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은 27일 논평을 통해 "문 대통령의 호프 미팅이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고용 문제 등의 최근 경제상황과 관련해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는 등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려는 노력은 평가할 만하다"면서도 "지지율 하락과 경제 실정을 덮기 위해 또 하나의 이벤트를 기획한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윤영석 대변인은 "청와대는 모임의 참석자들이 사전에 대통령이 온다는 사실을 모르는 깜짝이벤트였다고 홍보했지만 참석자 중 일부는 청와대가 직접 섭외했으며, 한 청년은 작년 3월 문재인 대선 후보의 광고영상에 출연했던 동일인으로 대통령을 만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한다"면서 "논란이 불거지자 청와대는 그 청년이 오는 줄 몰랐고, 기획된 컨셉이었다며 얼토당토않은 변명을 늘어놓았다"고 지적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 또한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어젯밤 호프집에서 만난 청년은 지난해 겨울 시장통에서 문 대통령과 소주잔을 기울인 그 청년이었다"며 "세상이 좁은 거냐, 아니면 탁현민 청와대 선임행정관의 기획력이 탁월한 거냐"라고 꼬집었다.

이어 "문 대통령께서 언제까지 이런 쇼통으로 국민들의 마음을 가져가려고 하는 건지 지켜보겠다"고 했다.

윤 대변인은 "한국은행이 발표한 2분기 경제성장률은 0.7%로 최악의 수준이다. 1분기 1.0%였던 성장률이 0%대로 주저앉았다. 수출 증가는 1분기 대비 후퇴하고 설비투자와 건설투자도 하락했다. 민간 소비는 2016년 4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면서 "경기 전망은 더욱 나빠지고 있는데 국내는 소득주도 성장의 부작용으로 일자리마저 줄어들면서 경제가 되돌릴 수 없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 국민을 위해 일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면피용 이벤트로 황금 같은 시간을 허비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측은 행사 직전까지 참석자들이 문 대통령이 아닌 아닌 고용노동부 장관을 만나 최저임금 인상 관련 격의없는 토론을 하는 줄 알고 참석했다가 예상치 못한 등장에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