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 더위에 바깥행 포기…업주들 "시원한 비 빨리 내렸으면"
"점심은 구내식당에서"… 관공서 주변 음식점 손님줄어 울상
24일 점심시간에 찾은 대구 북구청 구내식당은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붐볐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기다리는 줄이 그리 길지 않았지만 폭염이 찾아온 이달 들어서는 배식 차례를 기다리는 시간이 부쩍 길어졌다.

구내식당 관계자는 "전달까지는 점심때 직원과 주변 일반인 280명 정도가 식사했으나 지금은 350명가량으로 확 늘었다"고 전했다.

구청 공무원 이모(45)씨는 "폭염이 이어지다 보니 점심 때 밖에 나가는 게 고역이어서 별수 없이 구내식당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옛 경북도청에 자리 잡은 대구시청 별관 구내식당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달까지 하루 평균 530명 정도 찾았으나 최근에는 570여명이 이곳에서 점심을 해결한다.

숫자가 많이 늘어난 것 같지 않지만 최근까지 이웃으로 지내다 안동으로 옮겨간 경북경찰청 직원들이 예전에 이 식당을 즐겨 이용했던 것을 고려하면 의외로 많이 늘어난 것이라고 한다.

이런 상황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폭염 때문인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시청 직원 박모(39)씨는 "걸어서 5분 정도 걸리는 바깥 식당까지 갈려니 땀범벅이 되겠다는 생각에 포기하게 된다"며 "더위가 어느 정도 숙질 때까지는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관공서 직원들이 더위를 피해 구내식당으로 발길을 돌리자 주변 식당들은 매출 감소로 울상이다.

부정청탁방지법 시행 이후 가뜩이나 장사가 예전 같지 않은데 반갑지 않은 폭염으로 인해 여름철 장사에 적잖은 타격을 받고 있다.

시청별관 인근에서 식당을 하는 김모(50)씨는 "예년에는 더운 여름에도 손님들이 꾸준히 찾았는데 올해는 확실히 20∼30% 정도는 줄어든 것 같다"며 "올해가 정말 덥기는 한 것 같다"고 더위를 원망했다.

북구청 인근 한 식당 주인은 "궁여지책으로 식당에 오는 손님들에게 생수를 얼려 나눠주고 시원한 별미와 서비스 등으로 각별히 신경 쓰고 있지만 손님 발길을 잡는 더위는 어쩔 수가 없지 않겠느냐"고 푸념했다.

이러다 보니 일부 식당 등에서는 주변 관공서가 매달 한차례 실시하는 '외식의 날'을 이번만이라도 더 늘려주기를 은근히 바라고 있다.

하지만 당장은 폭염을 식혀주는 시원한 비 소식이 하루라도 빨리 전해지는 게 가장 큰 바람이라고 입을 모은다.

중구청 직원 남모(46)씨는 "덥다고 음식을 배달시킬 수도 없어 구내식당을 이용하고 있지만 더위가 한풀 꺾이면 자주 가는 식당에서 맛있게 점심을 먹을 생각이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