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입국을 막아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동의한 사람이 70만 명을 넘어서는 등 난민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커지고 있지만 청와대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청원 기간이 끝난 뒤 순차적으로 답변을 내놓을 계획이지만 청와대 내부에서는 곤혹스러움이 감지된다.

13일 청와대에 따르면 난민 입국 반대 청원은 동의 수 70만 명을 돌파하며 이날 마감했다. 답변 조건인 20만 명을 훌쩍 넘겼다. 청원에 동의한 숫자도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제주 예멘 난민 문제에 관해 현황 파악을 지시했다. 문 대통령이 그동안 성차별 등 논란이 되는 문제에 직접 의견을 밝혀온 것을 고려하면 난민 문제는 보다 신중하게 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인권 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문재인 정부가 난민 문제에 유독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데 의아해하고 있다. 청와대 참모진들은 난민 문제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즉답을 피하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 3월 마련한 대통령 개헌안에 헌법에서 보장하는 기본권의 주체를 ‘국민’이 아니라 ‘사람’으로 변경했다. 조국 민정수석은 개헌안을 발표하면서 “사람이면 우리 국적이 아니라도 외국인·망명자를 다 포함한다”고 했다. 천부인권은 누구나 평등하다는 설명이었다.

문 대통령 개인으로서도 난민과 인연이 깊다. 문 대통령 부모는 1950년 흥남철수 때 미국 수송선을 타고 거제도로 탈출한 피란민 출신이다. 싱가포르를 국빈 방문한 문 대통령은 이날 현지 연설에서 “저 또한 삶의 터전을 뒤로 한 채 빈손으로 피란선을 탄 전쟁 피란민의 아들로서 평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난민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형성되는 게 청와대의 고민이다. 문 대통령 지지층조차 난민을 받아들이는 데 반대 목소리가 높다. 문제는 청와대가 난민 반대 여론의 손을 들어줄 경우 지금까지 인권을 강조해온 문재인 정부의 철학과 가치가 부정되는 점이다. 때문에 청와대가 난민 반대 청원에 대한 답변을 내놓더라도 원론적인 수준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