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를 국빈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모스크바 하원 본회의장에서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러시아를 국빈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모스크바 하원 본회의장에서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한국과 러시아의 협력이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 번영의 주춧돌”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한 러시아 하원 연설에서 “한반도에 평화체제가 구축되면 남북한 경제협력이 본격화되고, 러시아와의 3각 협력으로 확대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를 2박4일 일정으로 국빈 방문했다. 한국 대통령이 러시아를 국빈 방문한 건 1999년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19년 만이다.

문 대통령은 “남·북·러 3국 간 철도, 에너지, 전력협력이 이뤄지면 동북아 경제공동체의 튼튼한 토대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러시아와 남과 북 3각 경제협력은 철도, 가스관, 전력망 분야에서 이미 공동연구 등의 기초적 논의가 이뤄져 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통해 시베리아 횡단철도가 한반도 남쪽 끝 부산까지 다다르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남북 간 공고한 평화체제는 동북아 다자 평화안보협력체제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또 △한·러 혁신센터 설립 △극동개발 협력 △러시아 내 한국형 종합병원 설립 등 양국의 협력 확대 방안을 제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2020년은 러시아와 한국이 새롭게 이웃이 된 지 30년 되는 해”라며 “수교 30주년에 맞춰 유라시아 발전을 위한 협력을 더욱 강화하고 교역액 300억달러, 인적 교류 100만 명을 달성하자는 구체적 계획을 세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과 북한이 유라시아의 새로운 가능성에 동참하고 유라시아의 공동번영을 이뤄내는데 함께 하게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연설 말미에 러시아어로 ‘발쇼예 스파시-바!’(대단히 감사합니다)라고 직접 말하며 연설을 맺었다. 이날 18분간 이어진 연설에는 일곱 차례에 걸쳐 박수가 나왔다. 연설이 끝나고 기립박수는 30초가량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러시아 의원들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퇴장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와도 만났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러시아의 지지를 부탁하고 경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문 대통령은 방러 둘째날인 22일 푸틴 대통령과 한·러 정상회담을 한다. 이후 로스토프나도누로 이동해 러시아월드컵 한·멕시코전을 관람하고 한국 선수들을 격려할 예정이다.

손성태/조미현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