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 보수정당인 자유한국당의 역사는 28년에 달한다. 1990년에 3당 합당을 통해 태어난 민주자유당에 뿌리를 두고 있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전의 권위주의 정부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한국 사회에 영향을 끼친 시기는 반세기가 넘는다.

오늘의 자유한국당이 있기까지 당명은 네 번 바뀌었다. 민주자유당에서 시작해 신한국당, 한나라당, 새누리당 등의 이름을 썼다. 그나마 한나라당이라는 이름은 한국 정당 역사상 가장 오래 쓴 이름으로 14년간 유지했다.

민자당부터 한국당에 이르는 28년의 역사 동안 세 번의 위기, 두 번의 재건 기회가 있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 집권기 동안 야당으로서 생존 위기에 내몰리기도 했지만 공천 혁신을 통한 인재 발굴, 신망받는 당대표의 강력한 리더십으로 위기를 헤쳐나갔다.

우리나라의 전국 단위 선거는 대통령선거-지방선거-국회의원 총선거가 2~3년 단위로 순환한다. 과거 한나라당은 총선과 대선에서 연이어 패배했어도 다음 선거인 지방선거에서 승리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 왔다.

지금의 한국당 위기는 창당 후 처음 겪는 ‘내리 3연패’라는 점에서 여느 때보다 더 심각하다는 것이 정치전문가들의 분석이다. 2016년 총선에서 원내 1당의 지위를 내준 데 이어 지난해 대선에서 패배했다. 지난 13일에 치러진 지방선거에서도 시·도지사 선거 2석(대구시장·경북지사)을 건지는데 그치며 참패했다. 세 번의 전국선거에서 모두 기회를 놓친 것이다. 다음 총선이 열리는 2020년에 역전을 노리려면 ‘패배의 악순환’을 끊기 위한 고강도 혁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