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조 더불어민주당 충남지사 후보가 5일 부여 중앙시장의 한 가게에서 만난 유권자와 악수하고 있다. /김우섭 기자
양승조 더불어민주당 충남지사 후보가 5일 부여 중앙시장의 한 가게에서 만난 유권자와 악수하고 있다. /김우섭 기자
“이인제는 알아도 양승조는 잘 몰라유. 누굴 찍을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는데, 그래도 힘 있는 민주당이 낫겠쥬?”

5일 충남 부여 시외버스터미널 인근 중앙시장 입구는 파란색과 빨간색 유세차량으로 뒤엉켜 있었다. 이날 5일장이 선 이곳엔 양승조 더불어민주당 충남지사 후보와 이인제 자유한국당 충남지사 후보가 동시에 선거 유세를 하면서 인산인해를 이뤘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 등 인근 지역 국회의원과 군수·도의원·군의원 후보들도 총출동했다. 중앙시장에 있는 그린부동산 이재우 대표는 “한국당이 장기 집권해왔지만 우리(부여 주민)에게 해준 게 뭔지 모르겠다”며 “변화의 바람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전통적으로 보수 텃밭인 부여 등 충남 남부지역 민심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부여는 이 후보가 국회의원에 네번 당선된 ‘논계금(논산·계룡·금산)’과 함께 민주당엔 험지로 분류돼왔다. 민주당에선 “충남 보수층 표심의 바로미터인 부여를 이기면 충남지사 선거는 더 볼 것도 없다”는 정서가 강하다. 양 후보 선거캠프 관계자는 “젊은 층이 많은 천안과 당진 등 민주당이 강세인 충남 중·북부 이외 지역에서도 한국당 심판론을 얘기하는 ‘어르신’이 늘었다”며 “남부 지역에서 절반만 득표해도 승리 가능성이 90% 이상으로 높아진다”고 귀띔했다.

부여는 지난 19대 대통령 선거에서 홍준표 한국당 대표가 31.78%를 받아 문재인 대통령(31.16%)을 앞선 충남의 대표적 ‘보수 텃밭’이다. 하지만 이날 부여 읍내엔 한국당을 상징하는 빨간색 현수막보다는 문 대통령과 함께 찍은 민주당 후보들의 파란색 현수막이 더 눈에 띄었다. 떡집을 운영하는 이모씨는 “이 후보가 당적을 너무 많이 옮겨 신뢰감을 잃었다”며 “지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충남 민심을 한국당이 잘못 읽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양 후보는 지난달 31일 공식선거 운동 시작 이후 6일 중 3일을 남부로 내려와 ‘친문(친문재인) 후보’ 이미지를 부각하고 있다. 양 후보는 “작년 대통령 선거 민주당 경선 당시 ‘안희정 캠프’가 아니라 ‘문재인 캠프’에 몸담은 유일한 충청지역 국회의원이었다”며 “힘 있는 충남을 만들어 낙후지역을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여론조사 기관에선 양 후보가 이 후보를 20%포인트 이상 앞서고 있지만 “여론조사에 나온 것처럼 쉬운 선거가 되지는 않을 것”이란 반론도 있다. 특히 충청 지역 특유의 ‘몰라유’ 정서를 감안하면 격차가 줄어들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이날 만난 부여·당진의 유권자 15명 중 8명이 “아직 후보를 결정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부여·당진=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