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경력 등 허위사실 공표, 사전선거 운동·금품 살포로 공든탑 와르르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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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느냐, 지느냐'

선거는 승리한 자가 모든 것을 얻는 제로섬 게임이다.

이 때문에 선거에 나선 후보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총력전을 펼친다.

단 공직선거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만 이뤄져야 한다.

불법 행위에 연루되면 자칫 당선되고도 중도 낙마하는 불명예를 안을 수 있다.

과거 지방선거 낙마 사례는 후보 등이 선거운동 과정에서 고의 또는 부주의로 공들여 쌓은 탑을 스스로 무너뜨렸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우선 선거 후보자들이 유권자에게 잘 보이려고 저지르는 가장 치명적인 실수는 거짓말이다.

상대 후보를 비방하거나 가짜 경력을 내세웠다가 줄줄이 직위를 상실하는 경우가 많았다.

2014년 6·4 지방선거에서 3선에 성공한 유영훈 전 충북 진천군수는 선거 유세 과정에서 내뱉은 거짓말에 발목이 잡혀 중도 하차했다.

유 전 군수는 TV 토론회 등에서 상대 후보가 도의원 시절 도로사업 예산을 삭감하고, 불법 오락실과 사채를 운영한 경력이 있다는 취지로 발언해 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다.

법원은 "증거 없이 일방적으로 피해자를 비방했고 득표 차가 263표에 불과했던 점을 고려하면 선거에 중대한 영향을 줬다"며 징역 6개월·집행유예 2년을 선고해 그는 군수직을 내려놨다.

2015년에는 무려 단체장 4명이 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로 공직을 떠났다.

박경철 전 전북 익산시장은 한 민간연구소가 선정한 '희망후보'가 아닌데도 2014년 지방선거 이틀 전 민간연구소가 인증한 '목민관 희망후보'라는 허위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기자회견까지 했다.

또 두 차례 TV토론에서 상대 후보를 겨냥해 "취임하자마자 쓰레기 소각장 사업자를 바꿨다.

왜 바꿨는지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공격했다.

법원은 이 두 가지를 모두 허위사실 공표로 인정, 벌금 500만원을 선고해 박 전 시장은 시장직에서 물러났다.

박영순 전 경기 구리시장도 2014년 5월 27일부터 지방선거 직전까지 선거사무소 건물에 '구리월드디자인시티 유치 눈앞에! 국토부 그린벨트 해제 요건 충족 완료!'라고 적힌 현수막을 내걸고 전광판 광고를 했다가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돼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고 공직을 떠났다.

하학열 전 경남 고성군수는 2014년 지방선거 공보물에 세금 체납 내용을 빠트려 문제가 됐다.

그는 2010년 소득세 59만2천원, 2013년 소득세 392만8천원을 내지 않은 사실을 공보물에 적시하지 않았다.

법원은 하 전 군수가 당선될 목적으로 세금 체납 내용을 고의로 누락했다고 보고 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를 인정해 당선무효형인 벌금 120만원을 선고했다.

사전선거운동으로 낙마한 사례도 많다.

군수 재선거를 앞둔 2015년 8월 전임 군수 측근에게 선거운동을 도와주는 대가로 당선 후 정무실장 자리를 약속한 혐의, 선거운동 기간 전 고향 마을 주민에게 냉면을 사면서 지지를 호소한 혐의(사전선거운동)로 기소된 최평호 전 경남 고성군수는 대법원에서 벌금 150만원을 받고 당선 뒤 군수직을 잃었다.

이홍기 경남 거창군수는 2015년 10월 대법원에서 사전선거운동 혐의로 벌금 200만원이 확정돼 군수직에서 물러났다.

이 군수는 6·4 지방선거를 앞둔 2014년 4월 여성단체에 앞치마 100개를 사주기로 약속하고, 5월에는 여성단체 임원이 모인 자리에서 지지를 호소하며 여성단체 임원들에게 90만2천원어치 음식물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됐다.
[네거티브의 유혹] ③ 세치혀·돈봉투에 줄줄이 중도 하차
구시대 악습인 금품을 제공한 혐의에 대해 법원은 여전히 단호한 판결을 내리고 있다.

김맹곤 전 김해시장은 지방선거를 앞둔 2014년 5∼6월 선거사무소를 찾아온 기자들에게 "재선되면 언론사를 지원할 테니 도와주십시오. 잘 부탁합니다" 등의 말을 하며 210만원을 건넨 혐의로 기소돼 징역 6개월·집행유예 2년이 확정돼 시장직을 잃었다.

김부근 전 부산 강서구 의원은 지방선거 전인 2014년 5월 강서구의회 의원 선거에서 구민 1명에게 명함 1묶음을 주며 선거운동을 부탁한 후 현금 50만 원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당선무효형인 벌금 300만원이 확정됐고 의원직을 잃었다.

김정언 전 부산 사상구 의원도 지방선거 전인 2014년 5월 선거사무소에서 선거사무장이 선거운동을 돕기로 한 자원봉사자 19명에게 1천400만 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혐의로 구속되자 변호사 선임비용 1천200만 원을 대납한 혐의로 징역 1년·집행유예 2년이 확정돼 당선된 뒤 낙마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당선을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하거나 금품을 살포하는 행위는 민주주의 핵심인 선거의 공정성을 저해하고 진의를 왜곡시켜 유권자 판단을 흐리게 하는 중대 범죄"라고 강조했다.

공직선거법은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당선이 무효가 되며 범죄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피선거권이 박탈돼 곧바로 공직을 잃도록 규정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