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연내 러시아와 정상회담을 하기로 합의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에 이어 러시아를 끌어들여 한반도 비핵화 정국을 유리하게 이끌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일 “김정은 위원장이 전날 방북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만나 조·러 외교관계 설정 70돌이 되는 올해에 조·러 최고 영도자들 사이의 상봉을 실현시킬 데 대하여 합의를 보았다”고 보도했다.

올 들어 김정은이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난 데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도 회동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를 두고 릴레이 정상회담을 이어가는 국면에서 북한 매체가 러시아와의 정상회담 계획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라브로프 장관은 김정은과의 면담을 끝내면서 “러시아를 방문해 달라. 우리는 아주 기쁠 것”이라며 그의 방러를 요청했다고 전날 러시아 리아노보스티통신이 보도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김정은에게 푸틴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다. 통신은 푸틴 대통령의 친서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친서에는 북·러 정상회담 개최와 관련한 내용이 있었을 것으로 관측된다.

통신은 또 “조선반도 비핵화에 대한 우리의 의지는 변함없고 일관하며 확고하다”며 “조·미관계와 조선반도 비핵화를 새로운 시대, 새로운 정세 하에서 새로운 방법으로 각자의 이해에 충만되는 해법을 찾아 단계적으로 풀어나가며 효율적이고 건설적인 대화와 협상으로 문제 해결이 진척되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이어 “담화에서는 최근 세계적인 관심사가 되고 있는 한반도와 지역의 정세 흐름과 전망에 대한 조·러 최고 지도부의 의사와 견해가 교환되었으며 두 나라 정치 경제 협조관계를 더욱 확대 발전시키고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 위한 문제들이 논의되었다”고 설명했다.

김정은이 라브로프 장관에게 ‘미국 패권주의’를 언급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영국 가디언은 이날 김정은이 라브로프 장관에게 “미국 패권주의에 직면해 정치적 상황에 적응해나가면서 (러시아) 리더십과 자세하고도 깊이 있는 의견교환을 하고 앞으로 나아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가디언은 미·북 간 협상 중인 민감한 때에 김정은이 이 같은 발언을 한 점이 주목된다고 지적했다. 북한 매체들은 김정은의 ‘미국 패권주의’ 발언을 보도하지 않았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