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총괄…세부 의제 조율엔 외무성 나서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북한의 외교 라인과 정보 라인이 역할을 분담하고 신속하게 움직이고 있다.

특히 반전을 거듭하던 북미정상회담이 예정대로 다음 달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북한의 손꼽히는 대미협상가 중 한 명인 최선희 외무성 미국 담당 부상이 실무회담 대표로 나서 눈길을 끈다.

최 부상은 26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 의제 조율을 위한 실무회담에서 미국측 대표인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의 카운터파트로 나섰다.
北 대미외교라인, 美와 실무접촉 총출동… 최선희·최강일 주목
그는 앞서 지난 24일 오전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의 대북 강경 발언을 강한 톤으로 비난하며 북미정상회담 재검토를 언급,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회담 취소 결정에 원인을 제공한 장본인이다.

그런 그가 극적으로 성사된 북미정상회담의 실무회담 대표로 나선 것은 북한 외교가의 대표적인 '미국통'으로 북핵협상 단골 참석자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최 부상이 불과 사흘 전의 '악역'을 접고 미국과 의제 조율에 적극 나서 '세기의 핵담판'이 될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에 가교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최 부상은 리용호 외무상, 김계관 제1부상 등과 함께 대미외교의 한우물만을 파온 인물이다.

1990년대 말부터 북미회담과 6자회담 등 주요 협상에서 통역을 전담해 왔고 2009년 8월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의 평양 방문 때도 통역을 맡았다.

이로 인해 비단 핵문제 뿐 아니라 군축, 인권, 생화학무기, 미사일 등 대미외교 전반에서 미국의 이해관계와 북측의 입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2010년 말부터 외무성 북아메리카국(미국국) 부국장, 이듬해 11월 6자회담 북측 차석대표를 맡았고 북아메리카국장 겸 미국연구소 소장을 거쳐 지난 3월부터 현직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향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등을 위한 북미 간의 다양한 대화와 협상에나서 북한의 입장을 관철할 주역으로 꼽히고 있다.
北 대미외교라인, 美와 실무접촉 총출동… 최선희·최강일 주목
최강일 북한 외무성 북아메리카국 부국장도 북미간 실무접촉에서 눈여겨봐야 할 인물이다.

그는 최선희 부상과 함께 판문점 북미실무회담에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부국장은 한반도 정세가 급격한 변화의 기류를 보이던 지난 2월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과 함께 평창동계올림픽 폐막식 참가차 방한했고, 지난 3월 20∼21일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남·북·미 '1.5트랙'(반관반민) 대화에 미국연구소 부소장 자격으로 북측 대표단을 이끌고 참석했다.

최 부국장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북미관계가 최고조에 달했던 작년 1월 평양에서 미국 NBC방송과 인터뷰를 하고 "언제, 어디서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가 가능하다"고 경고했다.

최 부국장이 과거 북미협상에 참석한 지는 확인되지 않지만, 북한은 외교관의 연조가 낮을 때부터 전공분야를 정해 한길만 걷게 한다는 점에서 부국장 직책으로 미뤄 대미현안에 밝을 것으로 보인다.

최선희 부상과 최강일 부국장이 실무회담 전면에서 활약한다면 곡절 많은 북미정상회담의 성사를 끌어내는 데서는 북한의 대표적 정보 라인이라고 할 수 있는 김영철 노동당 대남담당 부위원잠 경 통일전선부장의 활약이 돋보인다.

김영철 부장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카운터파트로 두 차례 방북을 끌어냈고 지난 26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의해 전격 성사된 문재인 대통령과 2차 남북정상회담에 북측 인사로 유일하게 배석했다.

이에 따라 북미실무회담 진척과 맞물려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김영철 부위원장 간 고위급 회담 개최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