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4일 남측을 비롯해 외신기자를 초청하면서까지 풍계리 핵실험장 내 갱도와 부속시설들을 폭파하면서 비핵화로 가는 첫발을 내디뎠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13 북미정상회담 취소를 통보하면서 한반도에 다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날 북한은 이번 폐기 행사 때 사용 가능한 갱도 3곳과 주요 시설물들의 벽면에 구멍을 뚫어 다이너마이트를 설치·폭파해 무너뜨리는 방식을 택했다. 북한은 오전 11시경 핵실험장의 2번(북측) 갱도와 관측소 시설부터 폭파했다. 2번 갱도는 지난 2~6차 핵실험에 사용된 풍계리 핵실험장의 '핵심'시설이다.

또한 북한은 오후 2시 경부터 4시 경까지 4번(서쪽)·3번(남쪽) 갱도 등 사용 가능한 갱도 3곳과 생활동 등 부속건물들을 차례로 폭파했다. 북한은 이날 풍계리 핵실험장에 있는 4개의 갱도 중 2006년 1차 핵실험에 사용된 이후 오염으로 인해 폐쇄시킨 1번 갱도 외에 사용 가능한 3곳을 모두 폭파했다. 특히 3·4번 갱도는 아직 한 번도 핵실험을 하지 않아 상태가 매우 양호했던 것으로 전해지면서 북한의 핵폐기 의지가 명확했음을 증명했다.

폭파 이후 브리핑을 맡은 북한 강경호 핵무기 연구소 부소장은 "조선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 7기 제 3차 전원회의의 결정에 따라 핵무기 연구소에서는 주체 107, 2018년 5월 24일, 핵 시험 중지를 투명성 있게 담보하기 위하여 공화국 북부 핵 시험장을 완전히 폐기하는 의식을 진행하였다"라고 밝혔다. 또한 방사성 물질 누출 현상은 전혀 없었고 구조물들이 순차적으로 철거되고 해당 성원들이 철수하는 데 따라 핵 시험장 주변을 완전 폐쇄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북미회담 무산을 알리면서 북한만 손해를 봤다는 여론이 팽배하게 퍼졌다. 이에 국내외 언론들은 앞다퉈 풍계리 핵폐기 소식과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회담 무산 소식을 전하며 한반도 긴장이 고조될 것이라는 우려감을 표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서한을 보내면서도 북미회담의 여지를 남겼고 김정은 역시 대화의 가능성을 이야기하면서 북미회담이 완전히 엎어진 것은 아니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편 관심을 모았던 김정은의 핵실험장 폐기 행사 참관·지휘 여부는 파악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김정은이 평양에서 풍계리 상황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며 상황을 통제했을 수도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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