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사진)이 40여 일 만에 북한을 다시 방문했다. 비핵화 방식을 놓고 북·미 간 이상기류가 감지되자 폼페이오 장관이 직접 북·미 정상회담 전에 비핵화 담판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3명이 폼페이오 장관과 함께 귀환한다면 북·미 회담 개최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9일 평양을 방문해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오찬을 함께하며 북·미 회담 의제와 시기, 장소에 대한 최종 조율에 나섰다. 지난 부활절 주말(3월31일~4월1일) 이후 두 번째 방북이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김영철은 이날 오찬에서 폼페이오 장관에게 “미국이 한반도 평화를 구축하는 데 매우 커다란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고 말했다.

이에 폼페이오 장관은 “수십 년 동안 우리는 적국이었다”며 “이제는 갈등을 해결하고, 세계를 향한 위협을 치워버리는 한편 북한 사람들이 받을 모든 기회를 누리도록 함께 협력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화답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오찬에서 김영철을 ‘훌륭한 파트너’라고 칭하며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8일(현지시간) 평양으로 가는 전용기 내에서 기자들 앞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은 위원장(Chairman Un)’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날 폼페이오 장관과 김영철은 비핵화 방식과 관련된 세부 의견에선 이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폼페이오 장관은 8일 전용기 안에서 북한 측이 ‘단계적·동시적’ 비핵화를 요구한 것에 대해 “우리는 잘게 세분화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렇게 된다면 전 세계가 경제적 압박 완화를 강요받게 될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어 “우리는 과거 걸었던 길을 답습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의 목적을 달성할 때까지 제재를 완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밝혔다.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목표를 재확인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이날 이란 핵협정 파기를 언급하면서 북한을 겨냥해 “결정적 메시지를 보내는 것으로, 미국은 더 이상 헛된 위협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약속을 하면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정은이 전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난 자리에서 언급한 ‘단계별·동시적 조치’를 거부하고 미국이 요구해온 일괄타결식 비핵화 해법을 재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3명이 폼페이오 장관의 귀국에 맞춰 풀려날지 관심사다. 북한이 미국인 3명을 석방 조치하는 대신 비핵화 협상에서 최대한 미국의 양보를 이끌어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은 한국계인 김동철·김상덕·김학송 씨 등 3명이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