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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무대에서 퍼스트 레이디의 패션은 상대국에 대한 예의와 자국의 가치관을 보여주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2018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숙 여사는 푸른색의 차분한 의상을, 리설주는 화사한 분홍빛 의상을 선보였다.

27일 오전 판문점 군사분계선(MDL)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만나며 남북정상회담이 시작된 가운데, 오후 6시30분부터는 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와 김정은의 부인 리설주가 참석해 만찬 자리를 가졌다. 이 모습은 역사 속 남북 정상의 부인 간 첫 만남으로 기록됐다.

이날 김 여사는 무릎을 덮는 기장의 푸른색 원피스를 택했다. 앞서 청와대는 김 여사의 푸른색 계열 의상에 대해 "회담이 잘 진행되길 바라는 취지에서 해당 색상을 선정했다"고 밝힌 바 있어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같은 뜻을 담은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김 여사는 국가적 행사에서 한복 또는 전통적인 악세사리로 한국의 전통과 미를 선보여왔다. 지난해 인도네시아, 미국 순방길에는 두루마기를 모티브로한 겉옷을, 베트남 순방길에서는 깔끔한 화이트 셔츠에 노리개를 연상케 하는 목걸이를 착용했다. 자주색이나 보랏빛이 띄는 한복 패션으로 품격과 품위를 더했다.

김 여사가 주로 착용하는 의류는 비싼 명품 브랜드가 아니라 중소 브랜드 제품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여성들에게 패션 바람을 일으킨 '패션리더'로 유명한 리설주는 이날 화사한 분홍빛의 투피스에 검정색 클러치백, 하이힐을 매치했다. 리설주는 앞서 남한 인사들을 만나는 자리에서도 주로 분홍, 자주색 계열의 의상을 선택해왔다.

또한 미니스커트를 입거나 하이힐을 신는 등 북한 여성으로는 다소 파격적인 의상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왔다. 철저하게 공개 활동을 자제했던 이전의 북한 지도자 부인들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특히 해외 명품도 좋아해 '크리스티앙 디오르', '프라다' 의상과 핸드백을 들고 등장하기도 했다.

지난달 리설주의 첫 외교무대였던 북·중정상회담에서는 카멜색 투피스를 입어 차분하고 지적인 이미지를 연출했다.

이처럼 리설주는 다채로운 색상의 의복과 악세사리 착용으로 보수적인 느낌을 줄이며 북한의 변화된 모습을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편 이날 남북은 한반도에서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해 더 이상 전쟁이 없는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렸음을 공식 선언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