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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 크게 대화하고 합의에 이룹시다.”(문재인 대통령)

“원점에 돌아가기보다 미래 내다봅시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은 27일 판문점 남측 지역인 평화의 집 2층 회담장에 밝은 표정으로 마주 앉았다. 회담은 예상보다 15분 이른 오전 10시15분에 시작됐다. 남측에서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서훈 국각정보원장, 북측에서는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중앙위원회 제1부부장과 김영철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배석했다.

김정은이 먼저 인사말을 건넸다. 김정은은 “11년이 걸렸는데 왜 오기 힘들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북남 관계가 새로운 역사가 쓰여지는 순간의 출발점에 서서 신호탄을 쏜다는 마음가짐으로 여기 왔다”고 했다. 김정은은 이날 판문점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문 대통령과 함께 판문점 광장까지 걸어온 소회도 밝혔다.


김정은은 “지난 11년의 세월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수시로 만나 걸린 문제를 풀어나가고 의지를 모아 나가야겠다”며 “만감이 교차하는 속에서 걸어왔다”고 전했다. 김정은은 남한에서 환영 만찬 메뉴에 관심이 쏠렸다는 사실도 사전에 알고 있었다. 환영 만찬에는 평양 옥류관의 냉면이 주메뉴로 오른다. “옥류관 냉면을 만찬에서 먹고 싶다”는 문 대통령의 제안에 북측이 선뜻 수용했다. 냉면은 판문점 북측 지역 판문각에서 요리돼 평양의 집으로 배달된다. 김정은은 “오기 전에 보니 만찬 음식 가지고 많이 이야기를 하던데 어렵사리 평양에서 냉면을 가져왔다”며 “문 대통령이 편한 마음으로 맛있게 드셨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그러면서 왼쪽에 앉은 김여정에게 “평양이 멀다고 말하면 안되겠구나”하며 웃으며 말했다. 김

김정은은 “정말 허심탄회하게 솔직하게 진지하게 이런 마음가짐으로 문 대통령과 좋은 이야기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회담장에 있는 취재진에도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김정은은 “문 대통령과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겠다”며 “문 대통령 앞에도, 기자 여러분께도 말씀드린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이 말하는 동안 미소를 지으며 경청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만남을 축하하듯이 날씨도 아주 화창하다”며 “한반도의 봄이 한창”이라고 덕담했다. 이어 “한반도의 봄을 온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며 “전세계의 눈과 귀가 판문점에 쏠려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이 사상 최초로 군사분계선을 넘어오는 순간 판문점은 분단의 상징이 아니라 평화의 상징이 됐다”며 “이 상황을 만들어낸 김정은 위원장의 용단에 다시한 번 경의를 표하고 싶다”고 인사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대화도 통크게 합의에 이르러서 민족과 평화를 바라는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큰 선물을 마련해줬으면 좋겠다”며 “오늘 하루종일 이야기하는 만큼 10년 동안 못다한 이야기를 다 하면 좋겠다”며 크게 웃었다. 김정은 역시 문 대통령의 말에 큰 웃음으로 화답했다.

판문점=공동취재단/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