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전원회의서 '정상적' 절차 밟을 듯…정당화 논리 제시 예상
 北언급 '새 단계 정책문제'는?…비핵화ㆍ북미정상회담 가능성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을 위한 남북·북미 간 논의가 급진전하는 가운데 북한이 노동당의 중요 정책 결정 기구인 당 전원회의를 20일 소집함에 따라 어떤 결정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노동당은 북한에서 정책 지도에서 최고 권위를 가진 기관이어서 노동당 전원회의는 사실상 국가의 대내외 거시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자리라고 할 수 있다.

이번 회의는 노동당 제7기 3차 전원회의로, 작년 10월 열린 2차 전원회의 이후 6개월여 만이다.

2016년 5월 1차 전원회의 이후 17개월 만에 회의가 열렸던 것에 비하면 상당히 조기에 개최되는 것이다.

이번 회의 개최 배경과 관련해 여러 관측이 나오고 있으나, 오는 27일 남북정상회담과 5월∼6월 초로 추진되는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대외관계와 관련한 중요한 정책적 결정을 하기 위해서라는 추론에 힘이 실린다.

특히 북한이 당 전원회의 소집을 19일 보도하면서, 소집 이유를 '혁명 발전의 중대한 역사적 시기의 요구에 맞게 새로운 단계의 정책적 문제들을 토의 결정'하기 위해서라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주목되는 점은 북한이 회의 의제로 언급한 '새로운 단계의 정책적 문제'에 핵 문제와 관련한 새 정책 방향이 포함될 지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지난달 초 방북한 문재인 대통령의 특사단에 비핵화 의지를 밝혔고, 지난 부활절 주말(3월 31일∼4월 1일) 극비리 방북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내정자와도 비핵화 문제에 대한 사전조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김 위원장의 직접 발언이든 공식매체를 통해서든, 북한은 최근 남북·북미정상회담 추진 국면에서 비핵화와 관련한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적은 없다.

따라서 이런 배경을 바탕으로 비핵화 및 북미정상회담과 관련해 노동당 전원회의를 통해 공식화하는 절차를 밟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이 만일 이번 회의에서 핵 문제와 관련해 새로운 입장을 표명한다면, 대내적 차원에서 방향 선회를 정당화할 논리 개발 작업을 마쳤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그동안 "핵 억제력은 억만금과도 바꿀 수 없는 민족의 생명"(1월 11일 노동신문)이라고 강조해왔던 북한 지도부가 갑자기 비핵화와 대미관계 개선으로 나왔을 때 주민들이 겪을 혼란을 고려해 설득 논리를 준비해왔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북한은 본격적 경제발전과 평화적 환경 마련 필요성 등을 대미관계 개선의 이유로 들 것으로 보인다.

핵 문제를 어떻게 할지는 '비핵화'라는 말을 직접 쓰지는 않고 우회적인 언사 등으로 표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여전히 비핵화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어려울 것이지만, 해석의 여지를 통해 의지를 담을 가능성이 있다"며 "결국 논리는 경제일 것"이라고 말했다.

회의에서 대미관계 개선 필요성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북미정상회담 개최 계획을 공식화할 가능성도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달 9일 당 중추기관인 정치국 회의를 열어 남북정상회담에 대해서는 개최 일자와 장소를 밝혔지만, 북미정상회담에 대해서는 '조미(북미) 대화'라고만 에둘러 표현했다.

하지만 최근 폼페이오 국무장관 내정자의 극비 방북 사실이 알려지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북미정상회담 준비가 잘 되고 있다는 뜻을 수차례 표현하는 등 회담 준비가 이미 본궤도에 오른 만큼 주민들에게도 이번 기회를 통해 정상회담 개최 계획을 알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정은 정권이 지난 2013년 3월 당 전원회의에서 제시한 뒤 핵심 정책기조로 고수해온 핵 무력과 경제건설의 '병진노선' 관련해 변화가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병진노선을 수정하는 새로운 노선이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며 "새로운 노선에는 북한의 적극적인 비핵화 협상 의지와 대남, 대미, 대일 관계 개선 및 국제사회와의 평화공존을 지향하는 내용이 들어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병진노선의 또다른 축인 경제에 집중하는 식으로 북한이 강조점을 옮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