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12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에서 열린 제3차 임시금융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12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에서 열린 제3차 임시금융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에 이어 정의당까지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에게서 등을 돌렸다.

정의당은 12일 국회에서 열린 상무위에서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에게 자진 사퇴를 촉구하는 쪽으로 당론을 모았다.

정의당의 이같은 당론이 정치권의 주목을 끄는 것은 이른바 ‘정의당 데스노트’에 김 원장의 이름이 오른 것을 의미하기 때문.

‘정의당 데스노트’는 문재인 정부 조각 당시 정의당이 반대해 온 인사들이 모두 낙마한 데서 회자된 단어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상무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상무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의당 정책위원회는 앞서 지난달 30일 김 원장에 대한 기대와 당부를 밝혔으나, 지난 9일 당 논평에서 “김 원장이 뚜렷이 드러나는 흠결을 안고 제대로 직무를 수행할지 의문”이라고 부정적 입장으로 선회했다.

지난 10일 의원총회에서도 김 원장의 해명을 더 들어보자며 입장을 유보한 정의당은 각종 의혹이 추가로 제기되자 다른 야당들과 같이 사퇴 촉구 쪽으로 기운 것으로 전해졌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김기식 원장 문제와 관련, “이런 상황이 정치판 안에서 계속 진흙탕 속으로 이 사건을 끌고 들어가는 이런 상황이 지속돼선 안 된다”며 “이제 결자해지의 시간이 오지 않았는가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사실상 김 원장 경질을 촉구했다.

현 정부에 매우 우호적인 정의당에서 반대 의견이 나왔다는 것은, 사실상 청와대도 더이상 지켜낼 동력이 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서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와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 등이 정의당의 반대 의견 피력 후 낙마의 길을 걸었다.

문재인 정부 '1기 내각' 인선에 우호적 입장을 보이던 정의당은 지난해 6월 안경환 법무부장관 후보자에 대해 "안 후보자가 노골적인 여성 비하 표현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며 "성매매를 합리화하며 저열한 성 인식을 드러냈다. 무척 실망스럽다"고 지적받고 끝내 사퇴했다.

정의당은 지난해 7월 사외이사 겸직 논란·논문 표절 등으로 논란이 된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자진사퇴하자 “이제라도 후보자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고 결단을 내려 다행”이라고 밝혔다.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차관급) 임명에 대한 정의당의 반대도 어김없는 '데스노트'였다.

임명 후 연일 ‘황우석 사건 연루 논란’에 시달리던 박 본부장은 정의당 반대 이후 결국 자진사퇴의 길을 선택했다. 안경환 법무부 장관,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에 이어 문재인 정부 내각에서 세번째 낙마였다.

그동안 차관급 이상 인사에서 ‘정의당이 반대하면 낙마한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정의당은 문재인 정부 인사에서 대체로 여권의 손을 들어줬다.

5당 체제 속에서 여권은 2대 3이라는 구도로 야권에 맞서 왔다. 정의당마저 등을 돌리면 1대 4로 순식간에 여권이 고립되는 상황이다.

정의당이 찬성한 후보자는 무사하고 정의당이 반대한 후보자는 낙마하는 상황이 되면서 정의당의 사퇴요구는 ‘데스노트’로 불려왔다.

'데스노트'는 이름이 적히면 반드시 죽는 노트로, 일본 만화에서 비롯된 용어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