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집행이사회 의장 취임 리셉션…"남북협력 사업도 적극 발굴"
"北, 위안부기록물 세계기록유산 등재추진 돕겠다는 뜻도 전해와"


남북관계 개선의 분위기가 다자 문화외교 무대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유네스코(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 집행이사회 의장인 이병현 주(駐)유네스코 대사는 9일(현지시간) "유네스코에서의 남북 관계도 좋다"면서 교육·문화부문의 협력을 통한 평화증진 노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사는 이날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주최한 집행이사회 의장 취임 리셉션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소프트파워의 원천인 교육·과학·문화 분야의 협력을 통해 세계평화 증진을 위해 힘쓰겠다.

특히 남북의 화해협력을 위해 의장으로서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병현 대사 "유네스코서 남북관계 좋다… 화해협력 노력 확대"
이 대사는 북한 대표부와는 주요 외교행사와 유네스코 회의 석상에서 자연스럽게 접촉한다면서 "김용일 주 유네스코 북한대사로부터 남북정상회담이 성공리에 개최돼 통일이 앞당겨졌으면 한다는 덕담도 여러 차례 들었다"고 전했다.

김용일 유네스코 북한대사는 미국의 빌 클린턴 대통령 재임 시 북·미 접촉의 북측 실무자로 일하는 등 북한에서도 북·미 문제에 정통한 인물로 전해졌다.

김 대사는 당초 이날 이병현 대사의 집행이사회 의장 취임 기념 리셉션에 참석해 축하의 뜻을 건넬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지만, 실제 리셉션장에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이날 이 대사가 주최한 리셉션에서는 오드레 아줄래 유네스코 사무총장 등 각국 외교관을 비롯해200여 명이 참석했다.

이 대사는 위안부 기록물 문제 등 유네스코의 현안에서도 남과 북이 협력할 일이 많다고 강조하고 한반도 문제의 진척 상황을 봐가며 적극적으로 협력사업을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사에 따르면 김용일 북한대사는 소규모 환경보전과 고구려고분사업 등 문화부문에 국한됐던 유네스코 차원의 남북 협력이 향후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 등 대형프로젝트로 확대됐으면 한다는 뜻도 수차례 피력했다고 한다.

이 대사는 "남북정상회담이 잘 풀려 한반도 문제가 더 호전되면 양측은 유네스코에서도 협력할 분야가 매우 많다.

특히 북한 대표부는 위안부 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 등재 추진 문제에 대해서도 한국을 열심히 도와주겠다는 뜻도 전해왔다"고 덧붙였다.

유네스코는 한국과 일본 등 9개국 시민사회단체들이 신청한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 등재 건에 대해 작년 10월 등재보류 판정을 한 바 있다.

이 대사는 외교부에서 국제연합과장, 주프랑스 공사, 주노르웨이 대사 등을 역임했으며, 2015년 4월부터 주 유네스코 대사에 취임했다.

작년 11월에는 유네스코 집행이사회 의장에 출마해 주 유네스코 이란 대사와 경합 끝에 58개 집행 이사국 중 32표를 얻어 당선됐다.

유네스코 집행이사회는 4년 임기의 58개 이사국으로 구성돼 있으며, 유네스코의 사업과 예산안을 검토하고 주요 의사결정을 내리는 핵심 운영기구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