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이 업체와 계약 맺고 재활용품 처리하는 '공적 수거' 검토"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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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780여세대 규모의 한 아파트단지는 '재활용품 대란'에 나름대로 선제 대응을 하고 있었다.

4월 1일부터 폐비닐과 스티로폼 수거가 어렵다는 공문을 지난달 20일께 받고선 바로 수거 단가를 조정했다.

기존에는 수거 업체로부터 가구당 1천880원을 받았으나 1천100원으로 41%를 대폭 낮췄다.

그런데도 수거 업체는 약속한 날 폐비닐·스티로폼을 가져가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이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은 "매입 단가까지 낮춰줬는데도 수거 업체는 재활용품 선별장에서 폐비닐을 받지 않아 처리할 곳이 없다면서 수거를 거부했다"며 한숨을 쉬었다.

'분리수거 대란'이 본격화한 지 열흘가량이 흘렀으나 서울 내 아파트단지 절반에선 여전히 수거 업체가 폐비닐·스티로폼을 가져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을 대신해 구청이 임시방편으로 아파트단지 1천260여곳의 재활용품을 대신 수거해 가고 있다.

9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내 3천132개 아파트단지 중 수거 업체의 폐비닐·스티로폼 수거가 재개되지 않은 곳은 지난 8일 밤 기준으로 1천610곳(51.4%)이다.

아파트단지와 수거 업체가 타협점을 찾지 못해 여전히 수거 거부 사태가 풀리지 않은 곳들이다.

이에 따라 구청이 임시방편으로 아파트단지 1천262곳의 폐비닐 수거를 대신하고 있다.

구청들은 초반에는 상황을 지켜봤으나 현재 서울 25개 전 구청이 뛰어들어 미수거 단지에서 폐기물을 가져오는 중이다.

그럼에도 서울 내 아파트단지 11%(348개)에서 폐비닐·스티로폼 수거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끝나지 않은 비닐 대란' 서울 아파트 40%서 구청이 대신 수거중
서울시는 재활용품 수거가 정상화되기 전까지 당분간 구청이 나서서 폐비닐 등을 직접 수거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환경부는 폐비닐 등 재활용품에 EPR(생산자 책임 재활용제도) 지원금을 조기 지급해 업체들이 비닐을 수거·운반하는 데 쓰이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 연내 폐비닐·페트병 등 수거 적체 품목에 대한 EPR(생산자 책임 재활용제도) 분담금 증액을 추진하고, EPR 대상 품목을 기존 27개에서 51개로 확대하기로 했다.

하지만 폐지 가격이 떨어지는 등 '분리수거 대란'이 재발할 여지가 남아 있어 서울시는 구청이 폐기물 수거 과정에 더 적극적으로 개입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최홍식 서울시 자원순환과장은 "장기적으로는 구청이 수거 업체와 위탁 계약을 맺어 재활용품을 처리하는 '공적 수거'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며 "구청이 아파트단지와 수거업체 사이에서 관리하면 미수거 사태가 재발할 우려가 낮아진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