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前 경기지사(왼쪽), 김태호 전 최고위원.
김문수 前 경기지사(왼쪽), 김태호 전 최고위원.
자유한국당이 1일 김문수 전 경기지사를 서울시장 후보로, 이인제 전 최고위원을 충남지사 후보로 각각 출마시키는 전략공천안을 사실상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지사에는 김태호 전 최고위원이 유력하게 물망에 오르고 있다. 홍준표 대표가 서울시장 등 열세·경합지역 후보감을 영입하는 데 네 차례 이상 실패하면서 ‘올드보이’들이 다시 차출되는 양상이다.

이들은 한국당 전신인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에서 지도부를 맡은 전력이 있다. 한국당이 정당 지지율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절반 이하로 뒤지는 등 선거를 앞두고 위기 상황이 계속되고 홍 대표가 공들인 인재 영입이 잇따라 수포로 돌아간 데다 굵직한 선거를 통해 검증된 ‘노장(老將)’들을 재소환하는 방식으로 선거 전략을 수정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전 지사는 박근혜 정부 말기에 새누리당 대구 탄핵정국에서 태극기 집회에 참석했고 2016년 총선에서는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등 보수 색채를 강화해 왔다. 한국당 관계자는 “서울시장 선거는 민주당·바른미래당과 3자 구도로 싸워야 하는 만큼 핵심 지지층 결집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울 전체 인구의 3분의 1 이상은 보수 성향의 시민이라고 판단되는 만큼 정체성이 확고한 김 전 지사가 좋은 대안이라는 설명이다. 김 전 지사도 홍 대표의 최근 출마 제의에 “검토해보겠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져 출마가 임박했다는 게 당 안팎의 관측이다.

김 전 최고위원은 한국당 소속 경남지역 의원들이 모두 출마를 고사하면서 지난달 말부터 후보감으로 부각됐다. 이미 2006년에 경남지사를 한 차례 지냈고, 경상남도의회 의원과 경남 거창군수, 김해을 국회의원 재선 등의 경험이 있어 지역 기반이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권 핵심인사로 분류되는 김경수 민주당 의원이 출마하면 1 대 1 구도가 형성된다. 김 전 최고위원은 홍 대표의 출마 제안에 공식 견해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거부도 하지 않는 ‘묵시적 승낙’을 한 상태다.

이인제 전 최고위원도 한국당 소속 충남 의원들의 적극적인 추대 속에 충남지사 출마 결심을 굳힌 상태다. 이 전 최고위원 측은 “이달 초 공천이 확정되는 대로 공식 출마 선언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당이 서울·경남·충남 등 세 곳의 인선을 마무리하면 오는 8일 경선을 치르는 대구시장과 경북지사를 제외하고는 모든 광역단체장 공천을 마무리하게 된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