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대통령 개헌안 발의, 국회 논의 촉발 계기"
김성태 "순방중 전자결재, 독재개헌의 길"…김동철 "與, 靑입장만 대변"


여야 3당 원내대표들은 26일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정부 개헌안을 놓고 정면으로 충돌했다.

우원식(더불어민주당)·김성태(자유한국당)·김동철(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정세균 국회의장 주재로 개헌 등 현안 논의를 위한 정례회동을 했다.
여야, 정부 개헌안 공방… 정의장 "국회 합의시 시기 조절 가능"
아랍에미리트(UAE)를 공식 방문 중인 문 대통령이 현지에서 개헌안의 국회 송부와 공고를 전자결재로 재가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 열린 회동이라 여야 원내대표들은 모두발언에서부터 정부 개헌안을 두고 거친 신경전을 펼쳤다.

우 원내대표는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는 (국회의) 개헌 논의를 중단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촉발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대통령의 발의는 국민 개헌을 만드는 과정에서 불쏘시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우 원내대표는 이어 "야당에서 이것(정부 개헌안)을 발의하는 과정과 내용에 부정적인 딱지를 붙이는 것에 아주 여념이 없는 것 같아 참 안타깝다"며 "국회 주도의 국민 개헌을 만들어야 한다.

오늘 당장에라도 4개 교섭단체의 8인 협의체를 구성해 국회가 개헌 논의에 들어갈 것을 다시 한 번 제안 드린다"고 말했다.

이에 맞서 김성태 원내대표는 "중차대한 역사적인 일을 본인의 해외 순방길 중에 전자결재로 개헌안을 발의하겠다는 자세 자체가 국민을 위한 개헌이 아니라 한마디로 독재개헌의 길을 그대로 따르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예의도 갖추지 못하는 개헌안에 대해 국민이나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는 이루 형용할 수 없는 불쾌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국회는 헌정특위 논의를 통해서, 민주당이 빠진 가운데 야4당 중심의 개헌안이 마련되면 그 자체가 국민 개헌안이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개헌안 논의 과정에서 오직 청와대 입장만 대변하는 여당의 모습만 보인다"며 "개헌은 여당이 중심을 잡고 청와대와 야당을 설득해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필요한데 그런 여당의 모습을 볼 수 없어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과는 별개로 국회 차원에서 모든 교섭단체가 참여한 가운데 개헌안을 조속히 발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여야, 정부 개헌안 공방… 정의장 "국회 합의시 시기 조절 가능"
정 의장은 여야의 입장이 계속 대립하며 헛바퀴만 도는 교착 상태를 타개하기 위해 개헌 내용 합의를 전제로 한 투표 시기 조절론을 다시 제기했다.

정 의장은 "지금부터 한 달 내로 국회가 단일안을 만들어 내는 조건이 충족된다면 시기는 조절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며 "정부안과 각 당의 안을 잘 절충해서 국회가 합의안을 만들어 내면 국회의장으로서 국민과 대통령에게 시기에 대한 조정을 말씀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6·13 지방선거와 개헌 동시 투표를 추진하는 민주당과 6월 이후 투표를 주장하는 한국당의 대립에 국회 개헌 논의가 전혀 진전을 못 보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국회의장으로서 절충안을 제시한 것이다.

정 의장은 "개헌의 공이 오늘부로 완전히 국회로 넘어왔다"면서 "작년 1월에 개헌특위가 만들어지고 지금까지 헌정사상 가장 길게 국회가 특위를 운영했음에도 아직 국회의 단일안을 내놓지 못한 것에 대해 국회의장으로서 국민께 송구한 생각을 가진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