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남북한과 미국의 ‘1.5트랙’(반민반관) 대화에서 북한은 북·미 정상회담 개최에 조심스러워하면서도 우리 정부에 호감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본격 회의에 앞서 열린 만찬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19일(현지시간) “한반도 문제에 여러 국가가 관련돼 있는데, 남측을 믿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북측 인사들이 북·미 정상회담 의지를 보이면서도, 5월 북·미 정상회담 자체가 무사히 열릴지 조심스럽게 바라본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만찬에는 최강일 북한 외무성 북미국 부국장을 비롯한 북측 참석자 6명 등 남·북·미 참석자 18명이 대부분 참석했다. 만찬은 20, 21일 열리는 회의에 앞서 핀란드 외교부 초청으로 이뤄졌고, 한반도 상황과 관련한 구체적 얘기는 오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1.5트랙 대화는 남·북·미 전직 외교관과 전문가 간 학술회의임에도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앞두고 열려 관심을 끌었다. 특히 최 부국장이 참석하면서 남·북·미 탐색적 대화가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높아진 상황이다. 최 부국장은 최근 국장 직무대행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19일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외교이사회 참석을 마친 뒤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 대해 “북한이 비핵화를 향한 구체적인 행동을 보여줘야 제재 완화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란과의 핵합의 모델을 거론하며 “오랜 (협상) 끝에 합의하고, 합의에 따른 구체적인 행동이 있었을 때 제재를 풀 게 될 것”이라며 “그런 과정에서 북한이 원하는 체제안전 보장도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 장관은 또 “구체적인 (비핵화) 로드맵을 북·미 정상회담 전까지 마련하는 것은 시간적으로 어려울 것 같고, 북·미 정상 차원에서 큰 틀의 합의를 해 앞으로의 방향과 타임 테이블을 제시하는 쪽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도적 차원의 대북지원 문제에 대해선 “인도적 지원은 대북제재와 상관없이 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는) 한다는 원칙을 정했고, 할 준비가 돼 있다”며 “인도적 지원은 제재의 틀 안에서도 예외를 인정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