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운데)가 16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함진규 정책위원회 의장, 김 원내대표, 홍문표 사무총장. 연합뉴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운데)가 16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함진규 정책위원회 의장, 김 원내대표, 홍문표 사무총장.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하겠다고 한 시한(21일)이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각 당이 개헌안을 내놓으면서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16일 분권형 대통령제와 책임총리제를 핵심으로 한 개헌을 추진하기로 하고 6월까지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개헌안을 발의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6·13 지방선거와 동시 개헌 국민투표를 무산시키려는 ‘꼼수’라고 비판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분권형 대통령제와 책임총리제를 통해 제왕적 대통령제를 반드시 종식시키겠다”며 “국민이 직접 선출하는 대통령이 국가 원수로서 국가를 대표하되 국무총리가 책임총리로서 국정을 책임 있게 운영할 수 있도록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헌법적으로 뒷받침하는 제도를 안착시켜갈 것”이라고 말했다. 총리 선출 방식과 관련해선 국회가 총리를 ‘추천’하는 것보다는 ‘선출’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 원내대표는 “여야가 개헌안에 합의하고 시기를 조절하는 것이 순리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이라며 “국회 헌법개정·정치개혁특별위원회 활동 시한이 6월까지인 만큼 6월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개헌안을 발의해 국회 의결과 국민투표를 진행하는 개헌 로드맵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와 동시 개헌 투표를 굽히지 않고 있다. 강훈식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구두논평을 통해 “개헌안 당론을 아직 정하지 못한 한국당이 10월 국민투표를 얘기하다가 문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 시점이 다가오니까 6월 국회 합의를 얘기하는 것은 면피용 꼼수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한국당의 분권형 대통령·책임총리제 방안에도 부정적이다. 국정 운영의 상당 부분을 총리에게 맡기는 책임총리제는 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에 가까운 방안으로 대통령 연임제에 비해 국민 선호도가 낮다는 이유에서다.

대통령 개헌안 발의가 임박할수록 여야 대치도 격해질 전망이다. 한국당 외에 다른 야당도 대통령 개헌안 발의엔 부정적인 뜻을 나타내면서 개헌 정국이 ‘1여 4야’의 구도로 재편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당초 한국당을 제외한 다른 야당은 지방선거와 동시 개헌투표에 찬성하면서 한국당이 고립됐지만, 이제는 야 4당이 대통령 개헌안 발의에 한목소리로 반대하면서 개헌 시기를 늦추는 방향으로 힘을 모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선거구제 개편도 야권 연대의 고리가 될 수 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특권은 내려놓되 국민 대표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며 “권력구조·권력기관·선거구제 개편과 개헌투표 일정 등 네 가지 현안을 패키지로 큰 틀에서 합의를 이끌어내겠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과 정의당이 주장하는 선거구제 개편 및 연동형 비례대표제 논의에 나설 수도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대통령 권력 분산에도 야권의 공통된 이해관계가 있다. 민주평화당은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대통령 4년 연임제와 총리 국회 추천을 핵심으로 한 개헌안 초안을 마련했다. 대통령 4년 연임은 여당 안과 같지만 총리 국회 추천은 대통령 권한을 분산한다는 면에서 한국당이나 정의당의 개헌안과 비슷하다.

평화당은 지방선거와 동시 개헌을 추진한다는 방침이지만 여권이 시기에 집착해선 안 된다고 보고 있다. 이용주 평화당 원내대변인은 서면논평에서 “문 대통령과 정부는 개헌 논의를 국회에 전적으로 위임하고 차분하게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