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국가안보실장(가운데)이 12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 푸젠팅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과 한 면담에서 방북·방미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왼쪽은 노영민 주중 대사. 중국 측에선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과 왕이 외교부 장관, 추궈훙 주한 중국대사 등이 배석했다. 연합뉴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가운데)이 12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 푸젠팅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과 한 면담에서 방북·방미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왼쪽은 노영민 주중 대사. 중국 측에선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과 왕이 외교부 장관, 추궈훙 주한 중국대사 등이 배석했다. 연합뉴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12일 “북·미 대화를 지지한다”며 “한국의 노력으로 한반도 정세 전반에 큰 진전이 생기고 북·미 간 긴밀한 대화가 이뤄지게 된 것을 기쁘게 평가한다”고 밝혔다. 방북·방미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이날 중국을 방문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접견한 자리에서다. 시 주석은 또 “남북 정상회담이 순조롭게 이뤄져 성과가 있기를 기대하고 이를 적극 지지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계속 긴밀히 협조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시 주석 “한·중 소통 강화”

시 주석은 “문재인 대통령이 특별히 중국에 특사를 파견해 소통함으로써 중·한 관계를 중시한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나는 이를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시 주석은 “중국도 마찬가지로 중·한 관계 발전을 중요시하고 있다”며 “지난해 문 대통령이 중국을 국빈 방문해 성공적인 회담을 했고 연초 전화통화로 양자 관계, 한반도 문제 등과 관련해 좋은 소통을 유지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양국 정상 간 합의사항이 잘 이행되고 있고 중·한 관계도 개선되는 추세”라며 “양측은 정치적 소통을 강화하고 전략적 상호 신뢰를 공고히 하며 예민한 문제를 적절히 처리함으로써 중·한 관계를 안정적이고 건강하게 발전시키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에 정 실장은 문 대통령이 가까운 시일 내 한국을 국빈 방문해달라고 시 주석에게 재차 부탁하라고 했다며 “최근 한반도 상황이 긍정적으로 변하는 것은 중국 정부와 시 주석의 각별한 지도력 덕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서면 브리핑에는 없었지만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시 주석은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는 중국이 제기한 쌍궤병행(雙軌竝行: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 협상)에 각국의 유익한 제의를 결합해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프로세스를 추진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또 “각국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안정이라는 목표에 주력하면 한반도가 꽃 피는 봄날을 맞을 수 있다”고 했다.

◆중국의 이례적인 환대

정 실장은 중국 측에서 예상보다 큰 환대를 받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 주석은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한창 열리는 기간인데도 정 실장을 만났다. 남·북·미 3국 간 대화가 급속도로 진전되면서 안팎에서 ‘중국 패싱’ 우려가 나오는 데 대한 중국 측 긴장과 초조함이 반영됐다는 관측이다. 정 실장은 이날 베이징에 도착한 뒤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과 시 주석, 왕이 외교부 장관을 연이어 만났다. 양 국무위원과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낮 12시15분부터 4시30분까지 면담과 오찬을 한 뒤 오후 5시 인민대회당에서 시 주석과 35분가량 면담했다. 이후 6시30분부터 댜오위타이에서 왕 장관과 만찬을 이어갔다. 문 대통령이 지난해 방중에서 ‘홀대론’ 논란이 나온 것과 대조적이다.

◆문 대통령 “세계사적 대전환의 길”

시 주석이 북·미 대화까지 지지한다고 밝힘에 따라 문 대통령의 ‘중재외교’는 한층 탄력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앞으로 두 달 사이에 남북, 북·미 정상회담이 연이어 개최되면서 중대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우리가 성공해낸다면 세계사적으로 극적인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비핵화 구상의 현실화 기대 때문으로 분석된다. 문 대통령은 임기 초반에는 북한의 ‘핵 동결→핵 폐기’를 강조했다. 북한과 대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핵·미사일 실험 중단→핵개발 시설 폐기→기존 핵 폐기’의 3단계로 비핵화 구상을 세분화했다. 남북 간 3·5 합의에 따르면 북한은 ‘대화 기간 추가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 전략 도발을 중단’할 것을 약속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손성태·조미현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