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대북 특별사절 대표단을 통해 ‘대화 상대로서 진지한 대우를 받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하면서 이제 공은 미국으로 넘어갔다. 하지만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행동으로 이어질지 아직 불분명한 상황에서 미국이 북한과 대화에 나서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과 진통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사진)은 4월 말 남북 정상회담 개최 합의가 보도된 직후 3시간여 뒤인 6일 오전 9시께 자신의 트위터에 “북한과의 대화에서 가능성 있는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수년 만에 처음으로 진지한 노력이 모든 관련 당사자에 의해 펼쳐지고 있고, 전 세계는 주시하며 기다리고 있다”며 “헛된 희망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미국은 어느 방향이 됐든 강하게 나갈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상당한 관심과는 별개로 미국이 북한과 대화 테이블에 즉각 앉을지는 미지수다. 미국은 북한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백악관에서 열린 주지사들과의 연례 회동에서 “북한이 대화를 원하고 있다. 우리도 대화를 원하지만, 이는 오직 적절한 조건 아래에서의 일”이라고 했다.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가 대화 조건임을 거듭 밝힌 것이다. 이 때문에 미국은 김정은의 전향적인 입장 표명만으로 북한을 신뢰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위터  캡쳐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위터 캡쳐
이르면 7일 미국을 방문할 예정인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의 과제도 여기에 있다. 남북 대화가 북·미 대화까지 이어지려면 북한이 대화에 진정성 있게 나서고 있다며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 정 실장은 “대화가 지속되는 동안 도발하지 않겠다는 (북한의) 뜻을 명백히 해서 앞으로 여러 진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는 미국에 전달할 북한의 입장을 별도로 갖고 있다”고 했다. 이날 방북 결과 브리핑에서 공개하지 않은 김정은의 대미(對美) 메시지가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미 언론들은 일단 남북 간 합의 결과에 대해 “중대한 반전”이라고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김정은 스스로 명백히 보증한 그 제안은 미 본토를 사거리에 두었던 수년간의 핵실험과 미사일 기술의 진전 이후 중대한 반전”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북한은 북핵 프로그램을 억제하는 조치들을 포함할 수 있는 미국과의 대화에 열려있다는 입장을 시사했다”며 “과거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이 비핵화에 동의한다면 북한과 대화를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는 “그동안 핵무기는 협상 대상이 아니라고 밝혀온 북한이 미국으로부터의 체제 안전 보장을 전제로 핵무기 포기를 논의할 의향이 있다고 밝힌 것은 처음”이라며 “곧바로 핵·미사일 프로그램 해체를 시작하겠다는 언급은 없었으나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문재인 대통령의 노력은 중대한 이정표를 세웠다”고 평했다.

조미현/박상익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