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북한 간 대화가 만남 두 시간 전에 북한 측 취소로 무산된 것으로 알려지며 북·미 대화가 당분간 성사되기 어려운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신범철 국립외교원 교수는 21일 한국경제신문과 통화에서 “북한으로서는 탐색적 대화라도 국내외에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는 만큼 미국과의 대화가 부담이 됐을 것”이라며 “이렇게 만남 불발의 전후 과정이 모두 공개된 상황에서 당분간 북한과 미국 모두 섣불리 움직이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이번 평창올림픽 기간에 미국 측 인사를 만날 생각이 별로 없었다”며 “그런데 한국 정부가 주선한다고 하니 만나 볼까 생각하다가 만나 봤자 의미 있는 얘기를 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 같고, 그런 상황에서 만났을 때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의 강경한 주장에 동의하는 메시지를 줄 수 있기 때문에 만남을 피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고 교수는 “북한이 최근 남북대화 동안에는 추가 무력 도발을 하지 않겠다고 한 것은 사실상 미국을 의식한 발언”이라며 “대북 특사를 파견하든지 해서 북한의 진정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청와대가 대북 특사라도 보내 북한을 비핵화 대화, 탐색적 대화의 장으로 불러내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올림픽 이후 대북 추가 제재가 예고된 만큼 북한으로서는 돌파구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행정부 내 대화파 인사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면 북·미 대화 채널이 가동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고 교수는 “미국 내에는 펜스 부통령 같은 강경파도 있지만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같은 대화파도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 내 대화파 인사 입지가 강화되고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대화할 필요가 있겠다는 판단이 서면 대화 채널이 다시 연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북한 노동신문은 이날 펜스 부통령이 방한 기간 탈북민을 면담하고 천안함 기념관을 방문한 것을 거론하며 “우리의 존엄 높은 제도를 입에 담지 못할 악담으로 비방 중상했다”고 비난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