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을 외교안보로 확대해석은 부적절"
청와대는 20일 한국산(産) 철강 제품에 고율 관세 부과 등 미국의 통상 압박 움직임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방침을 거듭 내놓고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 대응조치를 과감하게 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사진)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향후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교역 파트너와의 통상 문제에 국익 확보란 관점에서 당당하고 의연하게 대응하겠다”며 “그 잣대는 WTO 협정 등 국제통상 규범으로, 필요시 이에 입각한 대응조치를 과감히 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14일 한국산 철강·변압기에 징벌적 관세를 부과한 미국을 WTO에 제소했다. 홍 수석은 “세탁기·태양광 제품에 대한 미국의 세이프가드 조치와 관련해선 WTO 세이프가드 협정에 따라 양자협의 중”이라며 “협의가 결렬되면 WTO 제소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미국에 대한 WTO 제소 등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WTO 제소로 한·미 관계가 악화될 것이란 일각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홍 수석은 “WTO 분쟁해결 절차는 분쟁 당사국 간 불필요한 마찰 없이 분쟁을 해결할 가장 현실적 수단”이라며 “이를 외교·안보적 시각에서 확대 해석하거나 상대방 국가에 대한 비우호적 조치로 간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다만 WTO 분쟁에서 승소해도 미국이 이행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해 홍 수석은 “이행하지 않으면 미국에 보복관세를 부과할 길이 열려 있다”며 “WTO 제소가 아무 실익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미국 측 무역 압박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지렛대로 활용할 계획도 밝혔다. 홍 수석은 “한·미 FTA 개정 협상이 진행 중으로, 정부는 반덤핑·상계 관세와 세이프가드 등에 대한 무역구제 조치를 중요 의제로 제기해놓고 있다”며 “무역구제 조치의 실체적·절차적 개선이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정부가 지난해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엔 소극적이었다는 지적에는 “중국은 한국 투자기업·관광·특정 품목에 대한 조치로, 그 행위자나 근거를 찾기 어려운 기술적 애로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