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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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조선중앙통신이 평창동계올림픽의 미국 고위급 대표단을 이끌고 방한했던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에 대해 “평화의 상징인 올림픽마당에 와서까지 대결과 전쟁,모략광고를 해댄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조선중앙통신은 10일 ‘신성한 올림픽까지 대결모략에 악용하는 비렬한 추태’란 제목의 기사에서 “펜스는 남조선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북 비핵화는 한미의 공동목표’라고 못박으며 북남관계 개선흐름에 심사 뒤틀린 기색을 드러내다 못해 ‘트럼프가 바라는 것은 올림픽성화가 꺼지는 즉시 남북관계의 해빙도 끝내려는 것’이라고 줴쳐댔다(떠들어댔다”고 보도했다. 또 “우리를 배반한 인간쓰레기들을 만나 우리에 대한 온갖 모략나발들을 다 불어대고, 그 너절한 추물들을 데리고 미국과 괴뢰보수패당이 반공화국적대감을 고취하기 위해 만들어놓은 ‘천안함기념관’을 돌아보며 존엄높은 우리 정권을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악설로 꺼리낌 없이 모독하는 광대극까지 벌려 놓았다”고 주장했다.

이 매체는 펜스 부통령에 대해 “트럼프의 한갖 꼭두각시에 불과하다”며 “펜스는 인류문명과 지성을 꽃피우는 체육축전인 올림픽을 미치광이 트럼프의 지랄발광을 받아주는 미국국회마당쯤으로 착각하는것 같다”고 강변했다. 아울러 “올림픽경기대회기간 북측인사들과 마주치지 않도록 해달라고 하는 펜스의 추태는 지은 죄가 많아 우리를 상대하기 꺼려하는 아메리카 신사의 체면때문인지, 아니면 ‘초대국’으로 자처해온 미국의 약세를 드러내기 두려워 해대는 구차스러운 연기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가련하기 그지없다”고 비꼬았다.

펜스 부통령은 이날 2박3일의 방한 일정을 마치고 부인 캐런 펜스 여사와 경기 평택 오산 미군기지에서 전용기를 타고 미국으로 출국했다. 펜스 부통령이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방한하는 동안 북한 고위급 대표단과 조우할 것이란 예상도 나왔지만, 북·미 접촉은 끝내 성사되지 않았다.

펜스 부통령은 지난 9일 오전 탈북자 면담, 평택 2함대 천안함 기념관 방문 등의 일정을 소화하며 대북 압박 행보를 보였다. 또 문재인 대통령이 주최한 개회식 사전 리셉션에선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외면한 채 5분 만에 자리를 떠서 외교결례 논란까지 낳았다. 그가 이런 논란까지 무릅쓰며 김영남과의 만남을 피한 건 북·미 대화의 신호탄으로 읽힐 여지를 원천 차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펜스 부통령은 우리 정부의 요청으로 문 대통령과 함께 10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쇼트트랙 남자, 여자 예선경기를 관전했다. 이 자리엔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불참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